▶ 금융위기 후 강력한 자본규제 조치 성과… 실업률 4%로
▶ 크로나 평가절하로 수출·관광업 호황… 정부 “규제 단계적 해제 방침” 밝혀
7년 전 금융위기가 아이슬랜드를 강타했을 때 풍상을 겪은 얼굴과 장난기 가득한 눈을 가진 55세의 어부 구드문두르 크리스트얀손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를 잃었다. 융자금의 이자는 300%나 뛰어 올랐다. 그는 두 개의 공장과 다섯 척 배 가운데 두 척을 팔아야 했다. 그는 “몇 년 동안 투자는 엄두도 못 냈다. 이자를 갚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련은 아이슬랜드 전체가 겪은 것이기도 하다. 아이슬랜드의 3대 은행이 3일 만에 쓰러지자 화폐는 붕괴되고 주식은 95%가 폭락했다. 아이슬랜드의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도산했다.
이후 고통이 따랐지만 오늘날 아이슬랜드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실업률은 4%에 머물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은 2015년도 4.15%의 경제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관광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크리스트얀손은 러시아로부터 선박 한 척을 구입했다. 이 선박으로 그린랜드 조업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슬랜드는 회복의 길로 들어섰지만 유럽은 그리스의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슬랜드는 그리스가 아니다. 인구 32만명의 작은 섬나라인 아이슬랜드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정치적 의지를 한 데 모을 수 있는 나라이다. 이곳에서 수상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스는 인구 1,100만명에 국내총생산액도 아이슬랜드의 16배에 달하는 2,420억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정치적 적대와 부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두 나라라 모두 자폭했지만 과정은 다르다. 그리스는 너무 많은 지출을 했고 아이슬랜드에서는 민간 은행들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아이슬랜드는 재난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그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독자적인 화폐이다. 이 화폐는 평가절하 돼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아이슬랜드 정부는 금융위기 후 엄격한 자본규제 정책을 취했다.
이처럼 아이슬랜드는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몇 가지 관문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 최근 아이슬랜드 정부는 금융 위기의 정점에서 취했던 지본규제 정책을 서서히 풀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에는 몇 개월 시한부 정책이었지만 7년간 지속됐다. 이 보호막 아래서 아이슬랜드는 다시 회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성공은 조치해제를 더 위험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데이빗 군라구손 수상은 “이 조치는 예상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했다”며 “하지만 경제를 위해 이를 계속 지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이 그저 술에 취한 상태였다면 아이슬랜드는 인사불성이 돼 길거리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2008년 아이슬랜드 화폐인 크로나가 붕괴됐을 때 이 나라의 3대 은행이 가지고 있던 자산은 국내총생산의 10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경제위기로 금융시스템의 85%가 붕과됐다. 아이슬랜드 은행들은 국제금융 경험도 일천하고 규제 경험도 약한 나라였음에도 국제금융 업계의 큰 손이 되려 했다. 전자제품 도매상인 보기 토르 시구로드손은 “인구 32만명의 나라로서는 미친 짓이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이슬랜드는 핫머니의 타깃이 됐다. 아이슬랜드의 금리는 높았으며 주로 보통 사람들인 국제 거래자들은 달러를 5달러에 빌린 후 이를 아이슬랜드 크로나로 환전해 9% 수익을 지급하는 아이슬랜드 채권들을 샀다. 5%와 9%의 차익을 노린 것이다. 금융 붕괴 당시 이들의 비중은 아이슬랜드 국내총생산액의 41%에 달하고 있었다. 자본규제를 하지 않으면 돈이 빠져나가 크로나의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슬랜드는 은행들은 구제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도산하도록 내버려 뒀다. 하지만 예금주들은 다른 ‘좋은’ 은행들로 계좌 이전을 할 수 있도록 해 구제했다. 아이슬랜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협조를 받아 강력한 자본규제 조치를 취했다. 자본 유출을 금지하고 개인이 외국환이나 외국주식을 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실질 임금이 11%나 하락한 가운데 정부는 복지프로그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세금을 올리고 모기지 홀더들에게는 부채 구제를 제공했다. 그리고 아이슬랜드는 다른 선진국들이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 한 가지를 했다. 다수의 금융인들을 감옥으로 보낸 것이다.
은행들이 도산하고 외국 채권자들이 돈을 잃은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이 아이슬랜드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아이슬랜드의 회복 가능성을 보고 채권을 달러 당 몇 센트씩의 헐값에 사들였다. 어부인 크리스트얀손은 “아이슬랜드는 은행들이 미친 헤지펀드들에 의해 장악된 유일한 나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랜드 연금 펀드들은 신규 외국투자가 금지되면서 현재 펀드의 75%가 크로나에 기반한 투자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서 국내 민간 에퀴티들과 부동산 펀드 등이 많이 탄생했다. 개인들의 외국환 소유와 외국 투자에도 제한이 가해져 있다.
그러나 이런 자본규제와 통화 평가절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평가절하로 인해 수출은 싸졌으며 수입은 비싸졌다. 또 아이슬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싼 비용에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임금은 떨어졌지만 아이슬랜드의 실업률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다. 아이슬랜드의 바르니 벤네딕손 재무상은 “지난 수년간은 독자 통화를 갖는 것이 좋은지, 또 공동통화의 일원이 되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인 공개수업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규제는 비즈니스에 고통을 초래하기도 했다. 규제를 우려한 자본들이 아이슬랜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투자는 줄어들어 현재 투자 액수는 국내총생산의 16%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기 전보다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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