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 급등 중국 탈출... 목화 재배서 의복 생산 원스탑 시스템도 장점
▶ 월마트·캘빈 클라인 등 에티오피아로 눈길 돌려
[아시아 대체 생산기지로 부상]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은 인건비에서 승패가 갈린다. 가급적 낮은 임금에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공장을 세우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바닥에서 성공하는 최대 비결이다.
이제까지 주요 의류 공급업체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의 보고였던 중국의 인건비가 폭발적인 인력수요를 타고 껑충껑충 뛰기 시작하자 의류 제조업자들은 더 싼 값으로 부릴 수 있는 대체인력을 찾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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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글로벌 의류산업의 마지막 프런티어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곳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이고 그 중심에 에티오피아가 서있다.
에디오피아에는 최저임금이 따로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방글라데시의 경우 봉제공장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봉급이 67달러인데 비해 에티오피아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지난해 평균 초임은 월 21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신흥개발국과 달리 상당수가 현지에서 목화를 직접 재배한다.
재배한 목화로 섬유를 만들고, 섬유로 천을 직조해 의복을 생산하는 ‘원스탑 시스템’을 갖춘다면 생산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VF의 상품공급과 아시아 지역 대외 구매담당 전무인 콜린 브라운은 “아프리카는 한 곳에서 섬유에서부터 봉제공장까지 의류생산 전 단계의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이라며 아시아의 납품업체들에 에티오피아에 봉제공장을 열 것을 강력히 추천했다.
VF는 리(Lee), 랭글러(Wrangler)와 팀버랜드(Timberland)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장점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2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라나 플라자 붕괴사건 등 안전사고로 인해 급속히 희석됐다. 이로 인해 새로운 대체 생산기지 물색에 나선 의류업자들은 에티오피아를 주목한다.
‘매킨지 & Co.’가 최근 연 700억달러 상당의 물품 조달책임을 맡고 있는 의료업체 중역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서베이에서 에티오피아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미얀마 등과 나란히 최고의 대외 구매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매킨지의 연례 서베이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최고의 의류조달 지역으로 거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대외 구매를 하는 대형 의류업체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VF는 올해 에티오피아로 봉제공장에서 일부 자사 브랜드의 바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캘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모회사인 PVH는 4년 전부터 케냐에서 일부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이들 외에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회사로는 월-마트와 J.C. 페니,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등이 있다.
의류 공급지로서 아프리카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의류업체들이 생산 원가가 낮은 지역을 찾아 지구상 어디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 에티오피아 담당 디렉터로 활동하다 현재 남부 아프리카 몇 개국을 동시에 관할하는 디렉터로 승격한 세계은행의 광 첸은 “의류업처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시아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가장 주된 이유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급속한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LO에 따르면 매년 임금조정이 이루어지는 1월1일을 기준한 중국 의류산업 근로자들의 올해 월급은 155달러에서 297달러 사이였다.
중국인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가의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숙련된 일손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중국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복잡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고 원단 커팅과 바느질 등 나머지 단순작업은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주변 국가의 저임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VF는 의류 공급업체들이 아프리카로 공장을 대거 이전해 주기를 희망한다. VF는 이를 위해 최대 라이벌인 PVH와 함께 공급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중국, 인도, 스리랑카 등지의 20대 공급업체 중역들을 이끌고 지난해 4월 10일간의 일정으로 아프리카로 현지답사를 떠났다.
공급업체들이 아프리카 지역이 지니는 장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곳에 자체 비즈니스를 오픈해 줄 것을 기대해서였다.
비즈니스를 오픈하면 미국 브랜드들이 다투어 주문을 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찬 약속도 곁들여졌다.
공장 소유주와 브랜드 업체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티오피아가 의류생산 기지로 가장 유망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보인다.
스리랑카 최대의 의류 수출업체인 브랜딕스 란카의 기업 마케팅과 브랜딩 담당 최고책임자 M. 라구라만은 “정부의 지원, 노동력과 전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에티오피아가 봉제공장이 들어설 최적지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의 외곽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볼레 렘미(Bole Lemmi) 산업공단을 조성하는 등 해외 의류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볼레 렘미는 해외 의류 공급업체만을 위한 전용 공단이다.
원래 이곳은 보리, 콩과 현지 작물인 테프 등이 재배되던 광활한 농경지였다. 여기에 격납고를 연상시키는 대형 단층 건물을 지어놓았다.
작업장이 모두 단층인 이유는 방글라데시의 봉제공장 건물이 화재로 붕괴돼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낸 것을 의식한 결과다.
노던 에티오피아의 MAA 가먼트 & 텍스타일 팩토리에서는 1,600명의 근로자들이 면화에서 원사를 뽑고 원면을 염색한 후 재봉질로 T-셔츠와 레깅스 등을 만들어낸다.
다국적 소매업체인 헨네스 & 모르츠 AB’s HM 체인과 테스코 PLC, 아스다 스토어스의 조지 라벨로 판매되는 의류 가운데 상당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이들 외에 독일 의류업체인 키크 텍시틸렌 운트 논-푸드 GmbH의 브랜드 제품도 생산한다.
에티오피아 의류제조업협회의 사장이자 MAA의 모회사인 Kebire Enterprises의 최고경영자인 파실 타데스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와 터키 등지로부터 이곳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은 느껴지지만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는 의류제조업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누구건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야 중국에 위협을 줄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 한해 무려 1,770억달러어치의 의류를 수출했다. 3위를 달리는 방글라데시에 비해 8배나 많은 액수다. 20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3위의 의류수출국으로 일어선 방글라데시지만 중국의 적수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
의류수출국 2위 자리는 이탈리아가 차지했다. 이탈리아의 의류 수출액은 방글라데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완성된 의복을 운송할 도로망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내륙국인 에티오피아는 항구가 전혀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훈련부족으로 재봉질이 서툴다. 이런 여러 악조건이 어우러지면서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국가들은 아직도 글로벌 의류 수출의 1%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류업체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류업은 인건비와 전력비가 전체 경비의 1, 2위를 차지한다. 에티오피아는 인건비와 전력비가 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이웃 국가인 지부티의 항구로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PVH의 공급체인 최고책임자 윌리엄 맥레이스는 지난해 의류업 컨퍼런스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역동성은 과거 같은 발전단계에 처했던 당시의 중국에 비해 훨씬 흥미롭다”며 아프리카 의류업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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