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영리 모유은행 - 조산·신생아들에 도움… 순수한 기부, 무상 당연
▶ ■ 영리 업체들 - 젖 제공 어머니에 보상… 기증 늘어 부족난 해소
[비영리단체-영리 기업 신경전에 주정부 가세]
‘이것’의 가격은 원유의 400배, 철광석의 2,000배가 넘는다.
그나마 품귀현상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껑충 뛰면서 1갤런들이 우유의 150배, 커피의 15배를 웃돌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모유다.
- - - - -
온스당 4달러를 호가하는 모유는 최근 가장 핫(hot)한 상품들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모유는 그 말 자체로 따스함, 건강, 사랑 등 긍정적 연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새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모유시장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살벌’하다.
대부분 신생아 병동으로 공급되는 모유의 시장 통제권을 틀어쥐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싸움의 주체는 비영리단체와 영리를 추구하는 모유은행으로 나뉜다. 여기에 보태 최근에는 주 정부들까지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시장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영리와 비영리기구들 사이의 논쟁엔 접점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비생산적인 신경전만 이어간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 누운 조산아들에게 가장 안전한 모유를 제공할 수 있는 처리방식을 사용하는지가 논의의 초점이다.
양측은 서로 도덕적 우위를 주장한다.
비영리단체들이 “모유 배급은 이타주의적인 동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반면 영리기구들은 젖을 내놓는 어머니들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맞받아친다.
미국에는 젖을 못내는 엄마와,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빨 수 없는 조산아에게 모유를 제공하는 2개의 영리업체들과 15개의 비영리 모유은행이 존재한다.
이 대열에 조만간 한 개의 기업과 10개의 새로운 비영리 모유은행, 그리고 이들을 감독할 한 개의 기구가 합류한다.
현재 뉴저지와 미시간주의 주 의원들은 모유은행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종의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뉴욕과 텍사스는 관련 규정을 마련해 두었다.
엄마들은 오래 전부터 모유은행에 엇갈리는 반응을 보여 왔다.
일부에선 모유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수유기 부품 소독과 저장 등 이전엔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세세한 일들을 이젠 일일이 살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젖을 제공하는 어머니들의 노고에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영리기구를 지지하는 여론은 우유에 비해 자양분과 면역강화 성분이 강한 모유를 기증하는 행위는 자선행위로 간주되어야 마땅하다고 반박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워싱턴에 거주하는 켈리 러셀은 무상 기부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내가 짜놓은 모유가 누구에게 갈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언젠가 누군가의 암을 치료할 사람에게 갈 수도 있고, 장차 내 아들과 결혼할 계집애가 마실 수도 있으며 내가 나이 들어 병원신세를 지게 됐을 때 나를 돌봐줄 사람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주 웨스트체스터 주민인 레이철 팔렌식은 “냉장실에 젖을 넣을 공간이 없어 모유은행에 기증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 한 번 팔아볼까 했었다”고 밝히고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모유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유를 팔겠다고 하자 아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젖을 마시겠노라 나서는 이상한 남성과 사기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꼬이더라는 것.
결국 그녀는 영리업체를 통하지 않고 모유를 필요로 하는 엄마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젖을 내주었다.
모유를 유상으로 구입해야 하는지, 무상으로 기증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병원과 신생아 중환자실(NICUs)이 모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비영리기구인 북미모유은행협회는 “현재 협회에 소속된 모유은행을 이용하는 엄마들의 수가 4,000명 정도에 불과한데 비해 전국 병원의 모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6만명의 엄마들이 젖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테리아나 마약 등을 검출하고 우유 등 다른 이물질이 섞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양측의 동의와 합의’는 거기서 그친다.
비영리단체들은 모유를 판매하는 어머니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메도락, 프로랙타, 프로랙타와 곧 선을 보이게 될 인터내셔널 밀크뱅크 등 영리기업들의 이윤추구 동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비영리 ‘북미모유은행협회’의 대표이사인 존 호나만은 “그들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를 원하는지 몰라도, 시장에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리 모유은행들이 협회 소속 밀크뱅크에 젖을 기부하는 기증자들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모유산업은 철저한 이타주의 정신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영리업체들은 1온스 당 1~2.5달러를 주고 모유를 사들인다. 이들 중 하나인 ‘온리 더 브레스트’는 온스 당 2.5달러를 지급하지만 직접 돈을 건네주지는 않고 대신 돈을 지불할 유료 고객과 엄마들을 연결시켜 준다.
반면 모유의 최종 구매자인 병원은 온스 당 4달러에 엄마 젖을 사들인다.
영리업체들은 “엄마는 자신의 젖으로 돈을 벌 권리가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유료 모델이 궁극적으로 모유 부족사태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만간 출범할 영리 모유은행 ‘인터내셔널 밀크뱅크’의 대표인 글렌 스노는 새 밀크뱅크를 그가 공동창업한 온리 더 브레스트와 연결시켜 방대한 네트웍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온리 더 브레스트는 현재 4만9,000명의 회원과 6,500만 온스의 모유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두 모유은행의 연합을 통해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수많은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비영리단체와 영리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불순물 제거를 위한 모유 처리방식에 초점이 맞춰진다.
예를 들어 메도락은 잠재적 오염원을 살균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살균처리방식은 잠재적 오염물을 없애고 모유의 실온보관을 가능케 해준다.
이에 맞서 비영리단체들은 파스퇴르 멸균방식에 의존한다. 멸균과정을 거친 모유는 병원으로 보내기 전 냉장고에 보관된다.
영리업체 가운데 프로랙타는 영양분을 보강한 모유 제조가 특기다. 영양분 보강 우유는 주로 조산아들이 소비한다.
모유시장을 통제하려는 주 정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시간주는 영리업체들에 비영리단체들이 채택한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또한 모유 사업체들이 지침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업경비 내역에 대한 감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뉴저지 법안은 영리-비영리단체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주 보건부가 일괄적인 면허요건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저지 법안은 면허신청 및 취득요건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주 보건부에 모유업체나 비영리단체 직원들의 자격조건과 모유의 수거, 저장, 마케팅과 유통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을 비롯한 다른 주들은 모유 기증자의 자격조건, 저장과 수거 절차, 기록보관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갖추었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