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의 젊은 사장 지난 4월 혁신적 인상안 발표
▶ 타 업주들 “임금인상 압박감 느낀다”며 불쾌해 하고 혜택 못 받는 고위직원들 “형평성 문제 있다” 반발
시애틀 다운타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한 가게. 역사가 거의 100년이나 되는 이 시장의 상점들 중 70%가 그래비티의 카드 결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시애틀에서 크레딧 카드 결제회사를 운영하는 댄 프라이스와 직원들. 그는 지난 4월 앞으로 3년에 걸쳐 직원들의 최저연봉을 7만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으로 박수갈채를 받고 신규 고객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다른 기업주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시애틀에서 크레딧카드 결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운영하는 댄 프라이스 사장은 3달 전 깜짝 발표를 했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120명 전 직원의 기본 연봉을 7만달러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자신의 연봉 100만달러를 7만달러로 깎았다. 이번 결정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나 날로 벌어지는 빈부 격차를 생각하며 내린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단지 120명 직원들의 형편을 생각했고, 솔직히 공짜 홍보를 바란 측면도 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벌어진 상황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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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의 젊은 사장이 ‘최저연봉 7만달러’를 구상한 것은 한 친구의 푸념을 듣고 나서였다. 연봉 4만달러를 받는 그 친구는 그 돈으로 아파트 렌트 내랴 학자금 융자 갚으랴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회사 직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연 4만달러 이하를 벌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이어서 북서부 지역의 한 작은 기업 사장이 내린 ‘최저연봉 7만달러’ 결정은 미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찬사와 아울러 회의적 반응 또한 불러일으켰다.
우선 토크 쇼 진행자들이 줄지어 프라이스를 인터뷰했고, 구직 이력서가 수천통 밀려들었다. 하버드의 경영학 교수들이 케이스 스터디를 하려고 날아오고 독신 여성들은 그와 사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소용돌이가 회사 안에서 일어났다. 우선 그래비티는 홍수처럼 밀려드는 이메일, 페이스북 댓글, 전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느라 진이 빠지고 업무에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개중에는 뭔가 틀어지기를 바라는 시선도 있고 보면, 엄청난 관심이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한편 몇몇 고객들은 그래비티의 결정을 일종의 정치적 성명으로 보고 계약을 취소해버렸다. 그리고 절대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누차 확인했는데도, 수수료 인상을 우려해 떠나버린 고객들도 있었다. 물론 프라이스의 발표에 고무되어 수십명의 고객들이 몰려왔지만 이들로부터 수익을 얻으려면 최소한 1년은 지나야 한다.
그리고 이 모두를 감당하기위해 그는 이미 10여명의 직원을, 이전보다 훨씬 높은 임금으로 새로 고용해야 했다.
한편 최저연봉 발표로 프라이스가 가장 아끼던 직원 두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갓 채용된 말단직원들의 봉급은 배로 올리면서 가장 오랜 기간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상폭이 적거나 아예 없다는 사실을 두고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교분을 유지해온 사업가들과 친구들 중에는 프라이스의 발표로 자신들은 직원들 앞에서 노랭이 소리를 듣게 되었다며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터졌다. 프라이스가 봉급인상 발표를 한지 채 2주가 못되어서 그의 형이자 그래비티 공동 창업자인 루카스 프라이스가 동생과의 오랜 이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소송 관련 비용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그 자신의 봉급과 지난 2년의 이윤 220만 달러는 직원봉급 인상 기금으로 모두 들어가고 있으니 까딱 잘못하다가는 회사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지경이다.
그의 생각은 단순하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산층 생활양식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날 저녁, 프라이스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시장통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찾았다. 거의 1세기의 역사를 지닌 이곳의 상가들 중 70%가 그래비티의 고객들이다. 그가 시애틀 퍼시픽 대학 학생이던 11년 전 그는 가게마다 찾아다니며 악수를 하고 전화번호를 남기면서 고객들을 모았다. 그때 일찌감치 그의 고객이 되어준 사람이 솔리 에이몬(86)이었다. 에이몬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시장통의 터줏대감이었다. 에이몬이 프라이스를 신뢰한다고 하자 다른 상인들도 그를 믿어주었다.
그래비티는 꼼꼼하고 확실한 서비스 덕분에 글로벌 거대 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는 크레딧카드 결제 분야에서 1만2,000 단골들을 통해 65억달러를 결제했다. 고객 대부분은 중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상인들이다.
프라이스는 2004년 대학 기숙사 방에서, 5살 위인 형 루카스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싼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개별 비즈니스에 맞게 제공한다는 소신으로 사업을 키웠다. 작전은 성공해서 우수 기업인 상들을 여럿 받고 전국 소규모 업소 주간에는 백악관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그의 열정적 사업태도는 뜻을 같이 하는 이상주의자들을 불러 모았다. 봉급이 깎이는 것을 불사하며 그래비티에 합류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했던 나이딜리스 오티즈(25)는 프라이스의 열정과 커뮤니티 자원봉사 프로젝트들에 끌려 그래비티에 왔고, 스탠포드 엔지니어링 전공의 에머리 웨이저(30)는 프라이스와 일하기 위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바꾸었다.
재정 매니저였던 메이지 맥캐스터(26) 역시 그를 따르던 사람 중 하나였다. 입사 후 5년 동안 그는 가족과 제대로 시간도 못 보낸 채 장시간 일을 했다. ‘기본연봉 7만달러’ 결정이 처음 나왔을 때로 그 역시 흥분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짚어볼 수록 그는 마땅치가 않았다.
“직원들 중에서 제일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인상 받고, 일을 제일 많이 한 사람들은 별로 받는 게 없는 거예요.”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분명한 것은 프라이스의 이번 결정으로 많은 직원들의 삶에 변화가 왔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그 여파가 다른 업주들에게도 미쳤다. 피자 가게 주인인 마리오 자하리에프는 뉴스에서 프라이스를 본 후 카드 결제 서비스를 그래비티로 옮겼다. 이어 그는 월 수수료가 1,700달러에서 900달러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차액을 자신이 갖는 대신 8명의 직원들 임금 인상에 쓰기로 결정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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