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지원·세금혜택 등 유리… 역진출 활발]
25년 전, 니 메이주안은 월 19달러를 받으며 중국 항조우의 거대한 섬유공장에서 방적기를 돌렸다.
지금 그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키어그룹의 방적공장에서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과거에 그녀가 했던 일을 가르친다.
니는 “미국인 직공들이 일을 빨리 배우기는 하지만 숙련공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
저가 대량생산의 대명사로 통했던 저소득 국가의 섬유산업이 미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한때 뚜렷하게 구획 지어졌던 고경비와 저경비 제조업국가들 사이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어놓은 일대 사건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예측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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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섬유생산은 임금 상승과 높은 에너지 가격, 물류 및 창고비용 상승과 면 수입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쿼타제 등으로 인해 수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제조업은 점차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인디언 랜드가 위치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랭캐스터 카운티에서 키어는 섬유공장을 세울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사방에 값싼 토지가 풍성하게 널려 있고,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만큼 경제적으로 절박한 처지였다. 여기에 값싼 에너지 가격과 면화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까지 따라붙으며 방직공 설립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추었다.
카운티 정부와 주 정부는 물론 연방 정부가 직접 나서 키어에 각종 세제혜택을 약속했다. 이 모두가 영구히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으려는 노력이었다.
중국이 배제된 가운데 미국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무역협정도 중국의 원단업체들로 하여금 미국에 교두보 구축을 서두르게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자칫 미국시장에서 차단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탓이다.
2억1,800만달러 규모의 키어 방직공장은 원면(row cotton)에서 실(yarn)을 뽑아 아시아 전역의 섬유업체들에 판매한다. 아직도 전체 원사 가운데 상당량을 미국산 원면을 수입해 중국에서 뽑지만, 서서히 그 패턴이 바뀌어가고 있다.
키어의 회장인 주 산칭은 최근 미국 진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좋은 인센티브, 토지, 환경, 그리고 값싼 노동력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중국에서 섬유산업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미국의 사정은 전혀 딴판이라고도 했다.
베이징과 워싱턴이 무역관계를 재개한 1970년대 초 이후 미국은 대중교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견뎌내야 했다. 싸구려 전자기기에서 의류와 잡동사니에 이르는 각종 물품들이 쓰나미를 이루면서 미국시장을 뒤덮었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출발한 중국 제조산업은 임금상승과 에너지 경비에 발목이 잡혀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생산성을 반영한 중국 제조업 분야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47달러로 10년 전인 2004년의 4.35달러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생산성을 감안한 미국의 지난해 제조업 임금은 시간당 22.32달러로 2004년 이후 10년에 걸쳐 30% 상승하는데 그쳤다.
중국인 근로자들에 비해 약간 비싼 미국인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개스 가격과 저렴한 면화가격, 세제상 특혜와 정부 보조금 등에 의해 상쇄된다.
보스턴 컨설팅은 미국에서 1달러에 생산하는 상품을 중국에서 제조하려면 96센트를 투입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에 따르면 원사생산 경비는 미국보다 중국이 20% 높다.
중국의 경비 상승은 일부 제조산업을 방글라데시, 인도와 베트남 등 저경비 국가들로 이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적극적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나선 중국인 제조업자들은 근년 들어 미국에 집중적으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뉴욕 소재 리서치 업체인 로디엄 그룹은 2000년부터 2014년에 이르는 기간 미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기업을 인수하는데 중국기업들이 쏟아 부은 투자액이 총 46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로 이곳에는 키어와 선파이버 등을 비롯, 약 20개의 중국 제조업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외에 랭캐스터 카운티에 2개의 섬유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기 위한 카운티 정부와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승인을 얻을 경우 대만과 중국의 섬유회사가 각각 새로 이곳에 진출하게 된다.
키어는 현재 인프라 무상지원과 세금 크레딧, 수익 채권 등의 형태로 총 2,000만달러 상당의 보조를 받고 있다.
23만평방피트의 거대한 부지위에 자리 잡은 키어의 방직공장은 대부분의 업무가 자동화되어 있으며 32개의 생산라인에서 하루 85톤의 실을 뽑아낸다.
하지만 내년 제2 공장을 준공한다 해도 근로자는 500명이 추가되는데 그친다.
19세기와 20세기, 미국 남부의 목화공장에서 수천명이 땀을 흘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에 해당하는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키어의 경비를 낮추어주는 최대 요인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실타래들은 찰스턴 항구를 통해 아시아 전역의 섬유 및 의류업체로 보내진다.
키어는 멕시코,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 연안국가 의류 제조업체들에도 원사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국가들과 미국이 각각 체결한 별도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본토에서 면을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시장에 나온 원사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의류 및 섬유 전문가 셩 루는 자본집약적인 현대적 방직산업은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경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임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의류를 수입하는 것이 상식에 속했지만 이제 일부 상식이 뒤바뀌어졌다. 그러나 재단과 봉제는 여전히 노동력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섬유제조업에 투자하는 국가는 단지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인도 굴지의 섬유제조업체인 슈리발라 피티 그룹이 조지아주에서 7,000만달러 상당의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 지역에 40년만에 처음 들어서는 제조업 공장이다.
슈리발라 피티 그룹의 회장 비노드 피티는 공장 기공식에서 “전 세계의 섬유업계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의 사업이 성공할 경우 조지아주로 다른 사업자들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키어는 약간 지각을 한 셈이다. 한때 랭캐스터에 세계 최대 면화공장을 운영하던 스프링스 인더스트리즈는 2007년 마지막 남은 공장을 폐쇄했고 기계들을 브라질로 헐값에 팔아치웠다. 그 이후 키어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 세대의 직조공과 제직공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사라진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2009년 6월 랭캐스터 카운티의 실업률은 18.6%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위축되자 주민들은 저임금 일자리나마 잡으려 아우성을 쳤고, 이같은 분위기에 노동조업이 거의 결성되어 있지 않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랭캐스터 카운티는 매력적인 섬유생산 기지로 발돋움하게 됐다.
물론 키어에도 미국 진출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위험요인들의 지뢰처럼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달러 강세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내 생산 경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두 번째는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물 부족사태다, 현재와 같은 재앙적 가뭄이 계속되면 목화생산이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게다가 정부가 제공하는 면화재배 보조금도 언제 끊어질지 모를 아슬아슬한 상태다.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데 따르는 또 한 가지의 장애물은 문화적 차이다.
키어의 인력훈련 담당자 15명 가운데 한 명인 니는 “미국인 근로자들이 정시 출근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푸념한다. 중국에서는 지각한 노동자에게 감봉을 시킬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어찌 손을 쓸 여지가 없단다. 또 미국인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불평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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