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업원 의료보험 벅찬데 매출 증가 없어 죽을 맛
▶ 직원 근무시간 줄이고 고객 창출방안에 골몰
“장사하기 힘들다.”
연방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법에 이어 일부 주와 대도시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연이어 통과되고, 유급 병가법에 오버타임 확대안까지 나오자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은 일제히 볼멘소리를 내질렀다. 주로 근로자들의 복지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규정이 속속 등장하는 바람에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헛장사를 하게 됐다는 푸념이다.
“스몰 비즈니스라는 게 솔직히 인건비 남기는 장사인데, 최저임금 올라가고, 시간 외 초과 근무수당 늘어나면 이윤을 제대로 남길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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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규모가 조금 크면 부담도 커진다.
직장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하고 종업원 유급 병가까지 챙겨주어야 한다.
다이애나 라몬은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단정했다. 그녀는 남편 라이언과 함께 LA에서 레스토랑 ‘파피&로즈’를 운영한다. 식당과 별개로 ‘피치스 가스모크하우스 앤 서던 키친’으로 이름 붙인 푸드트럭도 운영한다.
그녀는 “새로 쏟아져 나온 법규를 모두 준수하면서 비즈니스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라몬 부부는 “절대 엄살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 제정된 ‘망할 놈의 법규’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경비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역시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추가 경비다우선 현재 9달러인 LA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다음해 7월 10.50달러로 오른 후 2020년에는 15달러까지 올라간다.
건강보험도 만만치 않다.
라몬 부부가 운영하는 ‘파피&로즈’는 현재 조반과 점심식사만 제공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서비스를 확대해 조만간 저녁식사를 포함할 경우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식당 전체 종업원 수는 50명을 훌쩍 넘게 된다.
오바마 의료개혁법에 따르면 종업원 50인 이상의 업소는 의무적으로 직장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직원들의 유급 병가까지 신경을 건드린다.
새로운 주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의 근로자들은 유급 병가를 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너무 아파 임시 대체 인력을 사용할 경우 업주는 둘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가주 유급 병가법에 따르면 종업원은 근무한 매 30시간마다 1시간씩 병가를 적립할 수 있고, 고용주는 임금명세서(pay-stub)에 직원이 몇 시간의 병가를 적립했는지 표기해야 한다. 이 법은 종업원이 단 한 명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용주는 매 30시간마다 1시간씩 적립을 허락하는 대신 1년에 최소 3일의 병가를 제공하는 ‘일괄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일괄방식을 택할 경우 종업원이 사용하지 않은 병가를 다음해로 이월시키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의 축적방식(매 30시간마다 1시간씩)을 택할 경우 쓰지 않은 병가를 이월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종업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긴 하다.
이 정도만으로도 숨이 벅찬데 아직도 베테런 직원들의 오버타임 건이 남아 있다.
라몬 부부의 종업원들 가운데 연방 노동부의 규정변경에 따라 오버타임 수령 자격을 새로 얻은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 7월 초 초과 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연봉을 대폭 상향조정해 전체 연봉 근로자의 12%에 해당하는 500만명이 추가로 오버타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관련규정 개정령을 내놓았다.
현재 연방 노동부의 오버타임 규정에 따르면 주당 455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는 직급이 매니저로 분류돼 40시간 이상 일해도 대부분 오버타임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종업원들의 경우,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오버타임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기준연봉을 현재 연간 2만3,660달러에서 5만440달러로 끌어올려 초과 근무수당 지급 대상자들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개정령 최종안은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연이어 나온 새로운 규정은 모두 돈으로 연결된다.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밥슨 칼리지의 필립 킴 교수는 “연속적으로 밀려드는 도전에 대응하는 것은 소기업 운영의 한 부분”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사업가들은 어차피 주어진 조건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도전이 기업 운영의 본질이라면 자신의 수완과 유연성을 발휘해 이를 훌륭히 극복해 낸 사람에게 더 높은 사업 성공의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라몬 부부는 수입을 늘리고 경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생각해 낸 한 가지 옵션은 케이터링.
그들의 식당은 기업체들과 신축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 환경으로 보아 행사나 파티를 위해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에 보태 옥상 정원에 야채를 직접 재배하는 방법도 궁리중이다.
새로운 규정으로 인한 추가경비 외에 과외 돈이 들어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적 가뭄으로 라몬 부부의 수도료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아침메뉴의 필수 식자재인 계란 값 폭등으로 예상치 못했던 타격을 입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수십만 마리의 닭을 폐사시킴에 따라 계란 값은 올해 30% 이상 급등했다.
식당과 책방을 운영하는 스티븐 메이어는 경비 증가로 이윤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레스토랑 겸 서점을 공동소유한 메이어는 “의료보험에 유급병가 등 악재가 쌓이면서 업주들이 뚜껑이 열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샌호제에 개인 명의의 식당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현재의 10.74달러에서 내년 5월1일을 기해 12.25달러로 인상된다. 이로 인해 메이어가 운영하는 ‘카페 들라 프레세’는 연 22만5,000달러의 추가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2014년 순익이 40만달러였으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다.
메이어가 밤잠을 설쳐가며 마련한 임시방편은 직원들의 근무시간 축소.
연방정부의 오버타임 규정이 내년 초 확정됨과 동시에 레스토랑과 서점의 스탭들의 근무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정규직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이들이 근무시간보다 최고 1시간 가까이 초과해 일을 했다 하더라도 오버타임은 지급되지 않는다.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 내에 끝내고, 나머지 1시간 동안 나머지 못 다한 업무를 마무리 지으라는 뜻이다. 아닌 말로 ‘눈 가리고 아옹’식의 꼼수를 선태한 셈이다.
메이어의 말을 빌리자면 “특히 책방의 경우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스탭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편이 훨씬 쉬운 대안”이다. 하긴 그의 말대로 “책의 정가가 7.95달러로 찍혀 있는데 손님에게 8.95달러를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카렌 포트는 현재 7.65달러인 세인트루이스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1달러로 끌어올릴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그녀는 현재 4명의 종업원에게 매월 각각 600달러에서 1,200달러의 의료보험료를 지원한다. 그녀는 종업원들의 의료보험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장사만 잘 된다면 보험료가 오르건 최저임금이 인상되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업소에서 판매하는 핫터브 등 사치품들에 대한 수요가 뜸하다는 점이다.
‘미라지 스파 & 레크리에이션’의 운영주인 카렌은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핫터브가 필리지 않아 고민이 깊다.
숫한 경영압박 요인들을 고려할 때 손실보전차원에서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팔리지도 않는 제품의 값을 인상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그저 애만 끓이고 있다.
“현재의 매출 수준은 부진한데 각종 페이먼트는 늘어만 가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은 호화로운 스파에 앉아 꽃놀이 한다고들 부러워하지만, 한 번 이 자리에 앉아보라고 하세요.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근로자들의 복지도 좋지만, 스몰 비즈니스 업주도 살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정책이 나와야지 이러다간 종업원도, 업주도 함께 죽고 맙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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