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크림·담배 등 대기업 통해 농장주들에 근로조건 개선 압력
▶ 임금 인상·휴무 보장·주거 개선 등 요구
<벌링턴, 버몬트> 노동쟁의가 벌어질 것으론 상상하기 힘든 곳이다. 120여명의 이민노동자들과 학생들, 성직자들이 ‘평화, 사랑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벤 & 제리’의 대표적 업소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진보적 기업으로 알려진 벤 & 제리를 상대로 이 기업에 우유와 크림을 공급하는 버몬트 주 낙농 농장들에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주일에 하루 휴일, 연 7일간의 휴가, 그리고 주거환경 개선 등이다. 과테말라에서 온 낙농노동자 아르눌포 라미레즈는 “우리 농장노동자들 대부분은 하루도 쉬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인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벤 & 제리에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임금과 기준 이하의 주거시설 등으로 농장노동자들의 좌절이 깊어가고 소비자들도 점차 윤리적으로 생산된 식품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200만이 넘는 미국 내 농장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농장노조의 쇠퇴와 대부분 농장노동자들이 불체자라는 사실 등 여러 장애물 가운데서도 이런 운동들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벤 & 제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인 ‘이민자 정의’는 한 노동자가 낙농 기계에 끌려가다 자신의 옷에 목 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지난 2009년부터 1,500명의 버몬트 주 낙농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이 단체는 벤 & 제리의 지원을 받아 다른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우유 회사들에게도 ‘존엄성을 지닌 유유’(Milk With Dignity)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 단체의 조직가인 브렌든 오닐은 “벤 & 제리는 공정거래 커피와 우리에서 키우지 않은 닭의 달걀 등을 취급하는 업소로 시위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농장노동 조직위원회가 R.J. 레이놀즈와 연초 재배업자들을 상대로 노조화 촉진을 위한 3자 합의에 이르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옥스팜 아메리카가 코스코, 그리고 농장노동자 연합 등과 함께 안전하고 착취가 없는 환경에서 재배된 작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보여주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플로리다에서는 임모칼리 노동자 연합이 맥도널드와 월마트, 버거 킹, 홀푸즈 등을 상대로 토마토 재배업자들에게 노동자 임금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페어 푸드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은퇴 판사가 감독하는 시행조직을 갖고 있으며 왕따와 작업반장들에 의한 성희롱 등을 상당히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UC 데이비스의 농업경제학자인 필립 마틴은 “농장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문제는 이것들이 확장가능한가 이다”라고 말했다. 임모칼리 그룹의 공동 창시자인 그렉 애스베드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플로리다의 벨 페퍼 농장들을 시작으로 1만명 넘는 노동자들로 확대됐다며 “그렇다”고 단언한다.
월마트도 페어 푸드 프로그램을 플로리다뿐 아니라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지로 확대하고 있으며 노동운동가들은 이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월마트 대변인은 “이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발전적 프로그램”이라며 “농장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홀마트는 업소 내 플로리다 산 토마토에 ‘페어 푸드’ 로고를 붙이기 시작했으며 월마트도 곧 그렇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아델피 대학 정치학과교수인 마가렛 그레이는 이런 캠페인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괴된 일에 시달리는 농장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농장노동자들의 중간 임금은 시간 당 9.17달러이다. 버몬트에서 ‘이민자 정의’는 지난 12월부터 벤 & 제리를 상대로 농장들이 노동자들에게 좀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을 잘 준수하는 농장들에는 프리미엄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벤 & 제리는 이 단체와 상세한 근로관련 규정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벤 & 제리의 한 관계자는 “우리 공급체인에 있는 사람들이 존엄성을 지니고 살아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 농장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농장은 하나도 많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과테말라에서 온 라미레즈는 캐나다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는 농장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마치 농장에 갇힌 듯한 생각이 들어 이 단체에 가입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쉬프트 동안 240마리의 젖소를 돌본다. 어느 일요일 이 단체 모임에 참석했다가 열성적인 회원이 됐다. 4년 반 일한 라미레즈는 시간 당 9달러를 받는다. 버몬트 주의 최저임금 9.15달러에도 못 미친다.(농장노동자들은 연방과 대부분 주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는 라미레즈는 “이 일을 좋아하지만 지난 4년 반 동안 단 엿새 쉬었으며 그것도 과테말라 영사관에 가야했기 때문이었다”며 “정기적으로 하루씩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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