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위축으로 車 수출액 70%감소, 스마트폰 64% 줄어
▶ 제조업 취약·자원 의존 경제구조… 유가 가격이 변수
[경제위기·소비위축, 위기의 러시아시장]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말부터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지 모델 ‘쏠라리스’를 이집트와 레바논에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공장은 옛 소련연방 국가에만 수출을 해왔고 그 외의 지역으로는 첫 수출이다.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소비위축으로 차량 판매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4,000대이상을 러시아에서 이집트 등에 보낼 예정이다.
다소 진정되는 듯하던 러시아 경제가 환율하락으로 다시 출렁이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고심이 커졌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감소가 갈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고 위기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거대 시장인 중국 리스크에 가려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시장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와 전자사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한국의 대 러시아 자동차 수출액은 5억8,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70.1%나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현지에서 점유율은 높이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신흥국시장의 위축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5~16% 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러시아의 환율안정으로 다소 좋아진 측면이 있는데 최근 들어 러시아 환율이 다시 하락세다. 1월만해도 달러당 64루블이었던 루블화가치는 5월 50루블까지 낮아졌다가 지난달에는 다시 65루블로 뛰었다.
2012~2013년 달러당 30루블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판매량도 올 들어 7월까지 12만2,249대로 전년보다 약 8,000대나 감소했다.
스마트폰과 가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들어 7월까지 무선통신기기의 러시아 수출액은 4,500만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64.1%나 급감했고 가전도 1억6,500만달러로 54.3%나 줄었다.
기본적으로는 러시아의 소비침체와 환율하락이 컸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갤럭시S6 같은 스마트폰과 카메라·세탁기·노트북·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팔고 있다. 러시아에만 TV 공장과 가전(세탁기) 공장을 갖추고 있다.
LG도 스마트폰 G4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냉장고 등을 판매중이다. 삼성의 경우 2분기 러시아에서 스마트폰을 97만대를 팔아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러시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전체적인 파이 감소는 피할 수 없다. LG와 소니·HTC 등은 경기침체로 실적이 최대 절반가량 추락했다.
실제 러시아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제조업이 취약하고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상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나라 경제가 크게 좌우된다. 중국의 경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란의 등장으로 원유 공급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러시아로서는 뾰족한 묘책이 없다.
게다가 러시아의 소비위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환율하락과 수입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는 평균 차량 가격이 116만루블(1만7,138달러)로 18% 상승하면서 전년대비 판매량은 무려 36%나 감소했다. 의류도 8월 한 달간 이미 가격이 15%나 올랐고 연말까지 20%나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있고 러시아에 진출한 소비재 업체 상당수도 이미 러시아를 떠났다. 애플만 해도 지난해 환율 문제로 러시아 내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높여가고 있지만 전체적인 수출금액이 줄고 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해결책의 하나로 극동 개발을 위한 핵심 구상인 ‘선도 사회·경제개발지역’ (선도개발지역)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선도개발지역 프로젝트는 러시아전체 사회·경제 발전을 이끌기 위해 우선적으로 개발할 지역을 선정해 각종 행정·세제상의 혜택을 주면서 국내외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 선도개발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연해주의 나데즈딘스키(제조 및 물류단지)와 미하일롭스카야(농업), 하바롭스크주의 하바롭스크(식품 가공) 등 모두 9곳이다.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는 연해주 남부 지역을 홍콩·싱가포르 등과 유사한 세계적 자유항으로 개발하려는 사업이다. 자유항으로 지정된 곳은 연해주 남부에서 중국·북한국경 지역에 이르는 벨기에 면적에 맞먹는 크기다.
자유항 지역에 입주한 업체들은이 지역에 설치될 특별통관지대를 이용해 원료와 반제품 수입 및 상품 수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관세를 면제받을 뿐 아니라 다른 세금도 면제받거나 대폭 할인받는다.
러시아 정부는 역시 자유항 지역에도 자국 업체는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 기업들도 입주하길 희망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