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에 완전 자동시스템 식당 등장
▶ 평면 스크린·아이팻으로 직접 주문하고 계산하고 효율적이고 경비 절감하지만 사람들은 일자리 잃어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문을 연 잇사. 퀴노아 요리를 판매하는 이 식당의 특징은 웨이터나 웨이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음식 주문에서부터 음식 값 계산, 조리된 음식을 전해받는 전 과정에 사람은 없고 기계가 대신 한다.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다.
샌프란시스코에 퀴노아 식당이 새로 생겼다. 퀴노아 식당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요즘 인기다. 그러니 퀴노아 식당이라는 사실이 특별할 것은 없다. 새로 생긴 식당, 잇사의 특징은 식당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손님이 식당에 와서 메뉴를 보고 주문하고 돈을 내고 주문한 음식을 받는 과정에서 사람과는 단 한 차례도 마주칠 일이 없다. 웨이터도 웨이트레스도 없고 카운터 뒤에서 주문 받는 사람도 없다. 전국 체인을 꿈꾸는 이 식당은 거의 완전 자동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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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사에서 사람이 있는 곳은 주방뿐이다. 손님들에게는 안 보이는 주방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기계로 하는 것이 더 싸다는 판단이 들면 이 또한 조만간 완전 자동화할 계획이다.
낙관론자들의 눈으로 보면 이는 식당 운영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관론자들의 눈으로 보면 이는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신 모델이다. 어느 쪽이든 직당 직원들과 노닥거릴 시간 없이 빨리 한 끼를 때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소프트웨어 사업가로 잇사를 창업한 데이빗 프리드버그 사장은 잇사가 식당이라기보다는 음식 배달 시스템에 가깝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직접 찾아가 체험한 바에 의하면 잇사의 퀴노아 요리는 꽤 맛이 있는 편이다. 일일이 사람 손을 빌릴 필요가 없으니 주문하는 줄은 빠르게 움직인다. 손님은 우선 평면 모니터 앞에 선다. 8가지 종류의 퀴노아 보울이 소개된 메뉴판이다. 가격은 각 6달러95센트. 그리고 나면 아이패드로 다가가 주문을 하고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를 명시하고 돈을 지불한다. 크레딧카드에 있는 이름을 보고 손님의 이름이 다른 스크린에 뜬다. 그리고 음식이 다 되면 번호가 이름 옆에 나타난다.
이것이 음식 보관함으로 전달되고, 곧 이어 주문한 음식이 보관함에 놓여진다. 음식보관함은 투명한 LCD 스크린 뒤에 있는데 음식이 놓여 지면 스크린이 검정색이 된다. 사람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손님이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 보관함이 열리고 주문한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사람 없이 운영하는 식당이 경제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식당, 특히 패스트푸드 식당은 전통적으로 별 기술 없는 사람들이 취직해 대부분 저임금으로 일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좀 특이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직장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고, 2018년이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가 된다.
프리드버그 사장은 식당을 자동화 한 것이 그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테크놀로지가 음식을 얻는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지금 모든 산업을 바꿔놓고 있는 중이다. 경영자들은 인간이 하는 일을 가능하면 기계로 바꾸려 한다. 공장의 블루칼라 직원들이 기계로 대체되더니 이제는 은행 더 나아가 법률회사에서조차 화이트칼라 직원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택시업계와 트럭업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계들은 조만간 의료계도 바꿔놓은 전망이다.
많은 식당에서 자동화 시스템은 이미 기본적인 수준으로나마 도입되어 있다. 온라인 식당 예약이 가능하고, 손님이 주문한 내용은 컴퓨터로 주방에 전달된다. 그리고 청구서는 아이패드에 크레딧 카드를 긁어서 지불하게 되어 있다.
공항에 있는 식당들이나 칠리스는 주문과 지불을 태블렛 컴퓨터로 하게 한다. 시간을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웨이터와 마주칠 일 없이 외식을 하는 것은 미래에 보편화할 선구적 모습일지도 모른다. 웨이터나 웨이트레스가 있는 식당은 점점 귀해져서 아주 특별한 행사 때나 예약을 하고 이용하게 되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기계가 일반 사무직과 제조업을 넘어 지식 관련 일자리와 서비스 업종으로까지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잇사는 이런 변화의 한 예가 될 뿐이다. 테크놀로지가 새로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파괴하는 일자리 보다 많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평생 채식주의자이자 퀴노아 애호가인 프리드버그 사장은 잇사 창업의 포인트가 사람 없는 식당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 보다는 보다 신속하고, 맛있고, 값이 싼 패스트푸드 식당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화 시스템이 최선이라고 그 자신과 그의 팀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퀴노아는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인체에 단백질을 공급한다고 그는 말한다. 현대 기업화한 농업 방식을 바꾸려면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현대 대규모 농업의 주안점은 가축 사육이다.
잇사는 자동화 시스템을 점점 개선해 보다 신속하고 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훨씬 싸고 건강에도 좋은 식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식당 전면에서 일하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인건비와 부동산에 드는 비용이 절약된다고 프리드버그 사장은 말한다. 하지만 최소한 한사람은 매장 안에 있어서 손님들의 아이패드 사용을 돕고 실내를 깨끗하게 청소할 것이라고 한다.
잇사는 말하자면 카페테리아와 자판기의 중간쯤이 된다. 프리드버그 사장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소수는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이득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어떤 기술이 새로 나올 때마다 기계가 사람들을 몰아낸다는 불평이 터져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제활동과 새로운 일자리들을 만들어냈다고 그는 말한다.
생산성이 좋아져서 경비가 절감되면 그것이 소비자들에게로 가고, 소비자들에게 여유 돈이 생겨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잇사의 경우도 자동화 기계 조립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 혹은 퀴노아 재배 등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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