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커플에 웨딩케익 안 팔아 등 “합법” “부당” 주마다 규정 달라
▶ 까다로운 고객은 끊는 게 바람직… 명확한 기준 있어야 차별소송 피해
[제품 판매·서비스 NO ‘사업의 금기사항’일까]
업소의 업주가 제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비즈니스 금기’에 해당한다.
특히 이제 막 영업을 시작했거나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업체가 거래상대의 낯을 가리고 조건을따지는 것은 사업을 말아먹는 지름길로 간주된다.
그러나 고참 사업가들은 누구와 어떤 조건으로 거래할 것인지 초반에 신중하게 결정해야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다고 훈수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 - -
공군 보안전문가로 활동하다 전역해 디지털 보안회사인 마파조 LLC를 설립한 맥스 오라크는 아직도 사업 초창기에 그가 거부했던 10만달러짜리 거래를 떠올리곤 한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째 되던 해 한 잠재고객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업체의 보안규정 내부 처리과정을 살펴본 맥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내재된 보안위험에 대한 자체 조사와 시정을 소홀히 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 마이아미스버그에 기반을 둔 마파조는 현재 6명의 풀타임 직원과 4개 하청업체를 거느린 건전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수입은 전년 대비 200%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맥스는 “회사의 초반 성장기에 대형 계약을 거부한 것이 사업에 적지 않은 임팩트를 준 게 사실이지만 후회는 없다”며 “우리의 비즈니스는 전체적으로 온전성(integrity)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라틴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버지니아주 샤롯스빌의 웹 컨설턴트 조디 레디스마는 잠재고객들의 소셜미디어 어카운트를 검색하기 위해 웹기반 시스템인 멘션닷컴(mention.com)에 매월 50달러를 지불한다.
그는 잠재고객의 어카운트에서 히스패닉과 라틴이라는 단어가 소송이나 차별 등 약 5,000개의 문제성이 있는 용어들과 결합되어 사용된 사례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색한다.
레디스마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퍼스트레이디와 클린턴 재단을 비롯, 고객 중 상당수가 정치인이거나 정치단체”라고 밝히고 “이들을 상대하는 컨설팅 서비스는 대단히 예민한 비즈니스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잠재적 고객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디스마는 최근 ‘포천 1000’ 대형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형 잠재고객에 퇴짜를 놓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계좌 검색 결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3,000개 이상의 부정적 용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업주 스스로 자신이 어떤 회사를 세우려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그저 은행계좌만 키우고 싶은지,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할 것인지 일찌감치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주들은 일반적으로 명백한 차별만 아니면 어떤 이유로건 잠재적 고객을 거부할 수 있다.
콜로라도와 오리건주의 법원은 최근 동성커플에 웨딩 케익 판매를 거부한 제과점 업주들에게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인종과 성, 종교적 견해 등을 이유로 고객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주법을 위반한 탓이다.
현재 콜로라도와 오리건 등 22개 주는 고객의 성적 취향이 업주의 서비스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을 관련법에 명시해 두고 있다.
전국의 거의 모든 주가 업주의 고객 거부행위를 제한하는 이른바 공공수용법(public accommodation laws)을 채택했지만 적용범위는 주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의료업을 비롯, 공공대중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비즈니스는 예외 없이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소매업도 공공수용법의 구속을 받는다.
콜로라도와 오리건의 제과점 사례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으나 거의 30개에 달하는 다른 주에서 이 같은 서비스 거부는 합법이다.
조지아주 사바나의 상법 변호사인 찰스 보웬은 “누군가 가게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거나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업주는 해당 고객을 내칠 절대적인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차별행위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고객 선택과 차별 사이의 간격은 지극히 좁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가고 난 수주일 뒤 코니 아일랜드의 이벤트 기획사 공동운영자인 제인 파멜은 매출 격감으로 위기를 맞았다. 폭풍으로 3층 매장 건물은 심하게 훼손됐고 1만2,000달러어치의 풍선, 장식 리번, 의자 커버와 액세서리 등이 못쓰게 됐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파멜은 백그라운드 조사 결과를 근거로 극단적인 반 LGBT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지역 종교단체의 주문을 거부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과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약자다.
회사 직원들과 기존 고객들의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파멜은 주문 거부의 이유를 묻는 종교단체 관계자들에게 “우린 같은 믿음 체계를 공유하는 것 같지 않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뉴욕의 주법은 종교와 강령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다. 그러나 변호사인 보웬은 파멜의 선택이 이같은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종교적인 이유로 흑인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거부한 경우 업주가 이를 통해 그 사람이 믿는 종교를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내 생각으로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비즈니스 오너들은 고객기반이 확대되는 단계에서는 잠재고객을 돌려세우기가 비교적 쉽다고 시인한다.
5년 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회계사무실을 연 짐 애드킨슨도 사업이 조금씩 안정되자 고객 선정에 보다 신중해졌다.
그에겐 기존 고객과 헤어질 시간이 됐는지를 알아보는 리트머스 테스트가 있다. 콜러 ID를 보고 전화 받기가 꺼려진다면 상대방과 거래를 끊을 시점이다.
또 번번이 충고를 무시한다든지 다루기 지겨운 고객은 과감히 끊어내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애드킨슨은 현재 2명의 자녀와 5명의 풀타임 종업원을 두고 있다. 가족과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이젠 그도 까다롭게 고객을 고르지 못한다.
그는 사업이 한창 자리를 잡아갈 때 엄격한 고객 선택기준을 세운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자평한다.
마가렛 윌슨과 그녀의 약혼자는 지난해 9월 라스베가스에서 특수 식육제품 유통업체인 컷박스(KutBox)를 출범시켰다. 그들의 집으로 초대받아 식사를 한 친척과 친구들이 한결 같이 식탁에 오른 고기 요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에 용기를 얻어 시작한 사업이다.
윌슨 커플은 소규모 농장 네트웍을 통해 확보한 고기를 가공해 전국으로 유통시킨다.
컷박스는 최상품의 육질을 지닌 고기를 얻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도입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목초지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목장만을 공급업체 네트웍에 편입시켰고 유전자 조작을 거친 가축의 고기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공급업자들보다 덩치가 큰 농장주들이 참여를 원했지만 컷박스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퇴짜를 맞았다.
대형 농장들은 집요하게 달라붙었으나 윌슨 커플은 까다로운 기준을 고수하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컷박스보다 설립연도가 빠른 유타주 팍시티의 이호(Yee-haw) 피클 컴퍼니는 벌써 4년 전부터 전국 600개 소매업체에서 자사의 피클제품이 판매되는 튼실한 중소기업이다.
오이 피클은 물론 야생화 꿀과 강황과 같은 원자재를 사용해 만든 완두콩 피클을 생산하는 이호는 비즈니스를 확장해야 할 변곡점에 도달했다.
때맞춰 500개의 점포를 거느린 대형 소매업체가 이호의 제품을 판매하길 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회사가 저가 할인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점이었다.
남편 앤드류 세사티와 함께 회사를 공동운영하는 앨리슨 이어리 세사티는 “현재 이 문제로 고민 중”이라며 “상품판매에 동의할 경우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수입증대를 이룰 수 있겠지만 할인점과의 연계는 우리가 추구하는 회사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훼손해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를 거부하는데 따르는 단기적 고통은 결과적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웹 컨설턴트인 레디스마는 그의 선별성에 대해 변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 그는 직원들과 선택 받은 고객들로부터 감사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같은 값이면 높은 기준을 가진 컨설턴트와 일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일반적 심리가 아니겠느냐”며 그는 한껏 여유를 보였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