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담보 저리로 급전 장점… 페이먼트 자동인출 큰 불만
▶ 렌더, 투자자에 채권 떠넘겨… “금융위기 모기지 유사” 경고
실리콘밸리는 현대생활의 거의 모든 부문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금융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하마드 만수르는 실리콘밸리에서 비롯된 눈부신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출범한 온라인 대출업(online lendiing industry)이 그의 금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뉴욕 퀸스에서 어카운턴트로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온라인 대출사 ‘렌딩클럽’(Lending Club)으로부터 7,680달러를 빌린데 이어 북가주에 기반을 둔 또 다른 온라인 렌더 ‘프라스퍼’(Prosper)에서 1만달러를 꾸었다.
전통적인 금융업체에 비해 이자율이 낮고 대출이 용이하다는 점에 끌린 만수르는 4곳의 온라인 렌더들로부터 단 19일만에 총 3만1,600달러를 대출받았다. 그러나 두 자녀를 거느린 가장인 그는 지금 이 빚을 끄기 위해 시쳇말로 개고생을 하고 있다. 만수르는 ‘미래의 금융’이라 불리는 온라인 대출업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한 100여만명의 미국인 가운데 한 명이다.
- - -
온라인 대출사들은 최신 데이터와 크레딧 알고리즘을 이용, 저소득층에 속한 고객들에게 간단하고도 신속하게 소액 신용대출을 해준 후 그들이 무담보로 내준 거의 대부분의 론을 은행과 펀드사 등에 판매한다. 일종의 채권 장사인 셈이다.
정상적인 통로로 돈을 조달하기 힘든 서민들이 빠르면 불과 수분 만에 무담보 저리로 ‘급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온라인 대출사들은 저소득자와 스몰 비즈니스 사이에서 문턱 높은 기존 은행들을 대체할 상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대출업의 기세는 초대형 은행인 JP 모건 체이스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신을 통해 “실리콘밸리 발 파도가 월스트릿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경계의 눈길을 보낼 정도로 강력하다.
온라인 금융의 인기는 서민 가정과 스몰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낮은 금리와 투명한 절차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론을 제공하는데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온라인 대출업체들이 대출금 회수 과정에서 부정적인 속성을 연이어 드러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과 규제 당국의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다.
부채상환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온라인 소액대출을 이용하면 채무자의 크레딧 스코어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렌더들의 주장과 달리 부분적으로 그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소비자보호 단체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대출업체들로부터 채권을 사들인 새 전주(렌더)들은 대출조건을 조정해 달라는 채무자들의 다급한 요청을 외면해 연체의 늪으로 빠뜨리기 일쑤다.
론 페이먼트를 징수하는 방법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온라인 대출은 전체과정이 거의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 차용자들은 온라인 장터(online marketplace)를 통해 투자자들과 연결된다.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나 뮤추얼 펀드 등을 포함하며 온라인 론을 그들의 은퇴자산(retirement portfolios)에 추가하려는 개인도 더러 있다.
온라인 렌더들은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잠재적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따로 떼어놓을 필요가 없다. 대출로 인해 발생한 채권을 대부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손을 털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이른바 ‘장터’(marketplace) 금융업이 2008년 금융위기로 이어진 시기의 모기지 대출업과 유사점을 지닌다고 경고했다. 당시 대대적인 마케팅 작업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은 모기지 대출업체들은 론을 신속히 승인한 후 이를 채권화해 투자자들에게 떠넘겼다.
이와 동일한 방식을 차용한 온라인 렌더들은 설사 채무자가 지불불능 상태에 빠지더라도 이로 인해 직접적인 손해를 입지 않기 때문에 부실대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렌더들은 “금융위기 당시의 모기지 은행들과 달리 일이 꼬일 경우 우리 역시 많은 것을 잃게 되는 만큼 늘 적정한 대출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온라인 대출업의 간판사인 렌딩클럽은 “대출금이 손실로 처리되면 서비싱 수수료(servicing fee)를 벌어들일 수 없는데 우리가 무슨 이유로 위험한 론을 승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론 서비싱 수수료는 렌딩클럽 전체 수입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자들이 론 매입을 중단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온라인 대출업 성장에 따른 잠재적 피해자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전통적인 소액 신용 대출업체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저리 무담보 대출업체로 몰릴 것이고 이 때문에 기존의 사채 업자들이 고객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상당수의 채무자들은 일부 온라인 대출사들이 페이먼트를 받아내는 방법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한다.
최대 ‘장터렌더’(marketplace lender) 가운데 하나인 프로스퍼에 론을 신청할 때 채무자들은 돈을 빌려준 온라인 대출사가 그들의 은행 어카운트에 접근해 자동적으로 페이먼트를 빼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일반 은행과 신용카드사들도 전자 인출을 옵션으로 제시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무디스는 올해 프라스퍼에 관한 보고서에서 “자동인출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채무자들이 다른 경비를 지출하기에 앞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마켓플레이스(장터) 대출금 페이먼트부터 상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프라스퍼는 자동인출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한 진짜 이유는 “채무자들의 계좌에 론을 신속히 예치해 주고, 그들로 하여금 편리하게 대출금 페이먼트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대출업체들의 기술적 효율성은 어두운 면도 지니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특수 운반용 케이스 제조사인 ‘뉴 이노버티브 프로덕츠’는 지난 12월 온데크(OnDeck)로부터 7만달러를 빌렸다. 온데크는 구글과 연계된 벤처캐피털(창업 투자사)을 최대 주주로 둔 온라인 렌더다.
뉴 이노버티브 프로덕츠는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온데크가 매일 자사 은행계좌에서 604달러를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온데크는 이 회사가 챕터11 파산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통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빼갔다.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하면 무담보 부채는 변제순위 바닥으로 밀리게 된다.
이에 대해 파산법원 판사는 지난 7월 온데크에 제재를 가하고 부당하게 인출한 돈을 전액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지난달에도 온데크는 노스캐롤라이 골드 소보로에 위치한 햄 가공판매 업체 웨이코 햄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가 또 다른 판사에게 호된 질책을 당했다.
온데크는 웨이코 햄이 파산신청 후 새로 연 은행계좌에 접근, 론 페이먼트를 인출했다.
온데크는 성명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시정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내부 절차를 개선하고 통제를 강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대출업계의 ‘맏형’격인 렌딩클럽 역시 대출 신청자의 은행계좌 접근권을 요구한다. 채무자는 전화나 e메일로 페이먼트 자동인출 중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수표 한 장을 쓸 때마다 7달러의 프로세싱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렌딩 클럽의 최고 경영자인 리노드 라플란체는 “자동인출 방식은 경비 효율성이 높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경비절감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채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대출관련 경비가 줄어들면 이자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만수르를 비롯한 일부 채무자들은 “렌더가 돈을 빼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달리 없어 아예 은행계좌를 클로즈해 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마켓플레이스 론으로 풀린 자금은 총 120억달러로 소비자 및 스몰비즈니스 대출시장 전체 여신액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대출업은 조직적으로 몸집을 키우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월스트릿 기업들이 마켓플레이스로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금지원으로 온라인 렌더들은 거의 무한정 론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여력을 지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예 기존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마켓플레이스 대출사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은 기존 은행들은 투자명목으로 마켓플레이스 론을 사들이지만 몸집이 큰 은행들은 온라인 렌더들과 함께 ‘공동 브랜드’ 론을 만들어낸다.
한 예로 시티그룹은 렌딩클럽과 짝을 이뤄 중·저소득층에 속한 소액 채무자들에게 총 1억5,000만달러의 론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제휴를 통해 시티그룹은 빈민 커뮤니티에 자본의 일정비율을 대출해 주도록 못 박은 감독당국의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시티그룹이 제휴한 이유는 규정 때문이 아니라 밝은 사업전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웰스파고는 산하 벤처사인 ‘노스웨스트 벤처 파트너스’를 통해 렌딩클럽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노스웨스트는 현재 렌딩클럽의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다. 이 모두가 온라인 렌딩의 무서운 잠재력을 월스트릿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석연치 않은 일부 잡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대출업은 서민들과 스몰 비즈니스뿐 아니라 월스트릿에서조차 ‘미래의 금융’으로 각인되고 있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