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처럼 관리 여력 없어 브로커에 3배 높은 수수료 고위험 고수익 위주 투자
▶ 테크놀러지 활용한 시스템 포트폴리오 작성·관리까지 경비 줄이고 맞춤서비스
존 스타인은 은퇴에 관한 재정조언을 받는 것이 개인의 근본적 권리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가 5년 전 세운 투자회사 베터먼트(Betterment)를 유력한 로보-어드바이저로 키우려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란 소액 투자가의 목표와 리스크 프로파일을 알고리즘한 후 그의 포트폴리오(자산구성)에 관한 투자조언을 해주는 온라인 툴, 혹은 이를 전담하는 업체를 뜻한다.
다시 말해 전문적인 투자자문을 구할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을 위해 테크놀러지를 최대한 활용, 경비가 적게 드는 투자대상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관리해주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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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의 지향점이 투자 경비가 낮은 종목들로 개인 소액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라면 주 고객층은 당연히 401(k)로 은퇴자금을 쌓아가는 중소기업 근로자들로 좁혀진다.
스타인은 401(k) 플랜에 가입한 모든 근로자들은 개인의 형편에 맞는 맞춤형 투자관리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주가 포트폴리오 작성과 관리에 관한 조언을 생략한 채 덜렁 401(k) 플랜만 제공하는 것은 의사 명단 없이 처방약 리스트만 잔뜩 늘어놓은 건강보험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현재 10만6,000명의 고객과 26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사로 성장한 베터먼트는 내년 1분기 중 401(k) 사업에 뛰어든다.
스타인은 소형 기업 오너들을 대상으로 401(k) 플랜을 판매할 예정이다.
소기업들은 미국 민간부문 전체 노동인력의 거의 절반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401(k) 혜택을 받는 종업원들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정부 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에 따르면 100명 미만의 종업원을 거느린 스몰비즈니스 오너들 가운데 단 14%만이 401(k) 플랜을 제공한다.
또한 401(k) 플랜에 가입한 소기업 종업원들은 대기업 직원들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업주가 브로커를 통해 401(k) 플랜을 구입할 경우, 종업원들이 적립금을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인 인베스트먼트 라인업은 이익상충을 불러올 수 있는 수상쩍은 고비용 액티브 펀드들로 짜여 있기 십상이다.
액티브 펀드란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상회한 운용 성과를 목표로 하는 펀드로 종합주가지수와 동일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 펀드보다 공격적이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위험수준 하에서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는 대개 판매수수료·보수·거래비용이 인덱스 펀드보다 높고 운용회사의 조직이나 펀드매니저의 능력이 펀드의 성과에 좌우된다.
한마디로 책임 있는 재정관리인이라면 소액 투자자들에게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옵션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테크놀러지의 뒷받침을 받는 투자관리사들이 401(k) 플랜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상황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알고리즘 테크놀러지를 활용, 401(k) 경비를 낮추고 소형업체 업주들이 401(k) 플랜 채택에 따른 번거로운 행정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뱅가드(Vanguard)는 이미 4년 전부터 소기업 업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 이들 가운데 4,000여명으로부터 서비스 가입 신청을 받았다. 401(k) 플랜에 참여하는 종업원 수로 따지면 16만2,000명이다.
베터먼트의 대표 스타인은 테크놀러지에 기초를 둔 포트폴리오 자동관리와 리밸런싱(자산 편입비중 재조정)은 물론 롤오버 IRA, 배우자 플랜과 미래의 소셜시큐리티 베니핏까지 감안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401(k) 플랜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체적인 그림을 들여다보면 401(k)와 로스 IRA, 혹은 과세대상 어카운트 중 어떤 계좌에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맨해턴 첼시에 사무실을 둔 스타인은 “노후대책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면 이 정도의 서비스는 근로자 개개인의 기본적 권리가 되어야 마땅하다”며 “우리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장점은 모든 재정관리가 사람의 손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이트스코프와 투자사협회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자산이 100만달러 미만인 401(k) 플랜의 평균 경비는 전체 자산의 1.6%였다. 반면 401(k) 플랜의 자산이 1억~2억5,000만 달러인 경우의 비용은 플랜 자산의 0.54%에 불과했다.
소형 플랜의 운영 수수료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401(k)의 대다수 플랜은 전체 자산이 100만달러 미만이고 각개 플랜의 비용은 자산의 0.68%에서 2.66% 사이로 3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런 차이는 자본환경에서 비롯된다. 스몰 플랜은 관리할 돈이 적으니 자연히 수수료도 적게 나온다. 401(k) 플랜 제공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영양가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업주가 플랜 제공자들을 상대로 좋은 거래조건을 따낼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별 것 아닌 듯 싶지만 수수료의 차이는 무시 못할 수익 차이로 연결된다. 매년 수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근로자의 근무기간 전체로 보면 거의 30%의 세이빙이 줄어든다. 노동부의 계산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401(k)로 2만5,000달러를 세이브한 종업원이 향후 35년간 추가 적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7%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전체 수수료로 0.5%를 지불했다면 그의 어카운트는 22만7,000달러로 불어난다. 그러나 총 1.5%에 달하는 수수료를 냈다면 은퇴 때 그가 손에 쥐는 수령액은 16만3,000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수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수령액이 28% 줄어든다는 결론이다.
지극히 규모가 작은 업체의 경우 베터먼트는 플랜 자산의 0.60%를 거래경비로 부과한 후 평균 0.1%인 실제 투자비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플랜을 채택한 업체는 1,500달러의 셋업 수수료(set-up fee)도 내야 한다.
전체 수수료는 기업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 떨어진다.
이 모든 경비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관리되는 맞춤형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며 401(k)에 수반되는 모든 행정사무는 제3의 관리자(administrator), 혹은 기록보관 업체(record-keeping firm)에 의해 처리되곤 한다.
하지만 베터먼트는 관리 중인 투자 어카운트 데이터가 기록보관 업체에 직접 넘어가는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베터먼트와 계약한 기업은 401(k)와 관련한 행정업무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은퇴플랜업 감독기관인 연방 노동부는 플랜 제공사들에게 투자비용과 행정비용을 분리하는 등 서비스 경비를 항목별로 세분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각 플랜별 가격 비교는 시간에 쫓기는 업주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부는 은퇴플랜을 판매하고 투자를 추천할 때 브로커들이 스몰 비즈니스 고객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한 룰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금융 서비스업계는 규정이 강화되면 플랜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 소액 투자자들과 일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베터먼트를 비롯, 금융업체들을 대체할 플랜 제공사들이 줄을 선 상태다. 최소한 401(k) 분야에서는 그렇다.
온라인 장터 태스크래빗(TaskRabbit)의 공동 창업주인 케빈 버스케는 자신이 새로 창업한 가이드라인(Guideline)을 통해 401(k) 플랜을 소기업 고용주들에게 소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은퇴플랜 장터는 신참과 고참 기업들로 붐빈다.
ForUsAll과 캡틴401(Captain401), 아메리카스 베스트401(k)을 비롯한 소수 업체들은 401(k) 마켓에 뛰어든 신참인 반면 임플로이 피듀셔리(Employee Fiduciary), 캐피털 원(Capital One)의 셰어빌더 401(k)와 온라인 401(k)의 후신인 유비퀴티(Ubiquity) 등은 최소한 10년 전부터 저비용 플랜을 제공해 왔다.
테크놀러지를 중시하는 금융업체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셀렌트(Celent)의 선임 분석가 윌리엄 트라우트는 “로-코스트 플랜 제공사들은 저비용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exchange-traded funds)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높고 비용이 저렴하며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이들이 다투어 401(k)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중소기업 종업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단하고 거래비용을 비롯한 수수료가 저렴한 중소기업형 401(k) 옵션이 떠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 말로 스몰 비즈니스 종업원들이 기업주에게 새로운, 혹은 개선된 401(k) 플랜을 요청할 최적기가 아닐 수 없다.
트라우트는 “우리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지만 스몰 비즈니스 종업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기업 직원들에 비해 3배나 많은 401(k)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인 추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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