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교외에 자리 잡은 ‘미국 동네’, 서부개척 시대 도시 풍경 그대로 옮겨 놓아
▶ 주민들 자유롭고 한적한 미국식 삶에 만족

베이징 교외의 ‘미국 동네’인 잭슨 홀. 와이오밍의 서부개척 시대 도시 잭슨 홀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아이오와와 와이오밍 주 경계 부근에 잭슨 홀이라는 한적한 산골 도시가 있다. 서부 개척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그런데 미국의 서부로부터 수천마일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 또 다른 잭슨 홀이 있다. 미국식 주택에 널찍하게 가꿔진 정원, 게다가 길 이름도 애스펜, 무스, 66번 도로 등이다. 2세기 전 미국 서부 개척자들이 흙투성이의 초췌한 모습이었다면 이곳 거주자들은 아우디나 랜드 로버를 탄다는 것, 자동차 트렁크에 프랑스산 와인이 그득하고 은행 구좌에는 현금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베이징 교외에 위치한 휴양단지, 잭슨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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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홀에 사는 킨 유는 미국 하면 황야, 자유, 그리고 대 저택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대기 오염 심각한 베이징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 마시며, 자유롭게 한적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안고 모여드는 곳이 잭슨 홀이다. 지난 10년 여 동안 베이징 교외지역, 잭슨 홀에 주택을 마련한 가구는 1,000 가구가 넘는다. 동네 한가운데 타운 광장에는 청동 카우보이 동상에 거대한 분수대, 그리고 우아한 교회당이 자리 잡고 있다.
프라이빗 에퀴티에서 일하는 주민 킨 유(42)는 “미국은 황야와 자유, 그리고 대저택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침실 6개인 그의 저택에는 잉어 연못이 있고 일년 열두달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으며 ‘아메리칸 스타일’ 난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국말로 ‘홈타운 아메리카’라고 불리는 잭슨 홀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도시를 그대로 빼다 박은 거대한 부동산 투자 산물이다. 아울러 와인 시음장이 있고 뉴에이지 스파가 있으며 국립공원 경비대 복장의 경비원들이 지나가는 차에 대고 경례를 올린다.
주택 가격은 기본적 구조의 집이 62만5,000달러 수준. ‘성곽’이라고 불리는 포도원 딸린 대저택은 거의 800만 달러 정도. 개발업체인 주 이 인터네셔널에 의하면 1,500채의 주택 중 90% 이상이 이미 다 팔렸다. 주변이 광활해서 잭슨 홀은 앞으로 얼마든지 더 확장될 수 있다.
주말에 주민들은 초교파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인근 클럽하우스에 모인다. 나바호 미술품과 마차 바퀴 모양 샹들리에 장식이 눈길을 끄는 클럽하우스에서는 ‘아메리칸 폭찹', 훈제 연어 등을 메뉴로 한 무제한 서비스 뷔페를 제공한다. 주민들은 플란넬 셔츠에 운동복 바지, 운동화 등 미국식 평상복 차림으로 테이블 마다 대가족이 둘러앉아 거의 모두 수입 레드와인을 마신다.
3년 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당국은 ‘차이니스 드림’을 적극 장려했다. 전통문화와 군사력 증진에 대한 일종의 자축이었다. 반면 인권이나 민주주의, 헌법주의 같은 서구적 가치들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위협이라고 매도한다. 미국은 그런 위협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래 문물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중국 학생들의 해외 유학 1순위 목적지는 미국이다. 자동차 역시 국내산은 인기가 없고 뷰익 엑셀이나 폭스바겐 제타, 포드 포커스가 가장 잘 팔린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밸런타인스 데이 같은 해외 수입 명절은 계속 젊은 소비자들을 붙잡고 있다.
잭슨 홀 주민들은 미국적인 것들을 끌어안는 것이 조국에 대한 배신이라는 지적을 불편해한다. 군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가오 지(60)는 이런 식의 프로파간다가 더 이상은 먹히기 어렵다고 말한다.
“1950년대, 중국이 폐쇄된 사회였을 때는 프로파간다가 먹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하며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가오가 그렇듯이 킨은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자유, 정의 같은 미국적 이상을 오래 전부터 높이 사왔었다. 5년 전 그의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했을 때 그는 3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했다. 한자녀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런 건 자유가 아닙니다.”잭슨 홀을 개발한 주 이 인터내셔널의 리우 시앙양 대표는 캐나다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유학파이자 태극권 수련자로 알려졌다. 그 역시 잭슨 홀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민들과 자주 어울린다. 잭슨 홀의 분위기는 미국식으로 개방적이고 따듯하다. 산보하다 마주치면 낯선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바닐라’ ‘리틀 라이온’ ‘올드 훌리건’ 같은 정감있는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곳에 사는 주부 멩 푸(40)는 편안하고 개방적인 분위기여서 대인 관계가 복잡하지 않다고 말하다. 과거 잡지 편집인이었던 그는 꽃꽂이, 자수, 베이킹 클래스를 주민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서로 진짜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서로 묻지도 않습니다.”잭슨 홀에는 100개가 넘는 각종 동호인 클럽이 있어서 커뮤니티 의식이 그만큼 강하다.
개발업자들은 이제 주민들이 주말에만 머물지 않고 상주하도록 하기 위해 현재 학교와 200개 중간 사이즈 아파트들을 건축 중이다. 가격은 15만 달러. 아울러 북가주 와인 컨트리의 느낌을 살린 타운하우스 2000개가 건축되고 있다. 주택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거의 3배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유토피아 같은 이곳에도 흠은 있다. 북경의 악명 높은 스모그가 주변 산악지대에 잔뜩 몰려들 때가 있다. 마을이 조금씩 변하는 것도 기존 거주자들에게는 불편하다.
가오가 8년 전 이곳으로 이사해왔을 때 집 앞 정원이 담장과 문으로 막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집들은 모두 도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지어졌다.
그런데 최근에 입주해 오는 사람들은 풍수에 따라 집을 꼭 남북 축으로 지어야 한다고 우기고 담장을 쌓는 집들이 늘고 있다. 커뮤니티의 툭 터진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다. “담장을 높이 쌓아 올리는 것은 중국식 멘탈리티다. 그런 두려움이 하루 밤 사이에 지워지는 게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오와 그의 남편은 다른 데 가서 살 생각이 전혀 없다. 주말마다 베이징으로부터 90분을 운전해 오던 이들은 이제 이곳으로 아예 이사해 올 생각이다. 다른 곳에서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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