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은행 나아갈 길③-커뮤니티와 함께 성장 모토 무색
▶ 합법 내세워 금융 소외계층 외면, 주류와 경쟁, 작은 은행과 공존을
BBCN과 윌셔의 합병은행은 이제 진정한 한인계 첫 리저널 뱅크로서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다 커진 규모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한인 커뮤니티에는 ‘포용의 경제’를 베풀어야 하는 중책이 주어진 셈이다. 한인사회는 대표 한인은행으로서 합병은행이 주류사회에 진출해 대형은행들과 경쟁함과 동시에 한인 커뮤니티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한인 스몰 비즈니스를 보듬고 리드하는 ‘비즈니스의 젖줄’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압도적 1위 은행으로서 한인 금융권에서 맏형 역할을 든든하게 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와 소통을 확대하고 누구보다 한인 비즈니스를 이해하며 전문성과 실력을 길러 한인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고 금융 소외계층이 없는 한인사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 인프라, 전문 인력, IT 보강 등 산적한 선결과제
② 중복지점 조정, 인력감축 및 재배치 등 구조조정 악재
③ 은행 문턱 낮춰야
▲ ‘커뮤니티 마인드’로 초심 지켜야
BBCN은 지난 10월 일방적인 대규모 계좌 페쇄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합법적인 조치였지만 아쉬웠던 점은 소통의 부재였다. 폐쇄 이유라도 알려달라는 노인에게조차 등을 보여 여론의 화살을 맞았다.
거대 은행의 일방적인 통보에 개인들은 폭행당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대 규모 은행이 독주하는 모습에서 ‘덩치 큰’ 은행에 피로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많다”며 “한인 고객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사정임을 최대한 설명하며 소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윌셔은행에서 최근 대출을 거절당한 한인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수십 년간 한길로 비즈니스를 하며 원로대우를 받아온 그에게 은행은 자료가 부족하고 부동산 담보가 없는 점을 거절 이유로 들었다.
이 한인은 “40년 넘게 ‘감’으로 사업을 한 것이 습관인데 매출 전망, 미수금 회수 등을 검토조차 안한 것 같아 서운했다”며 “오직 비즈니스만 할 줄 아는 사람도 많으니 복잡한 건 은행이 가르쳐 주면서 함께 커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 집중, 실력으로 풀자
올 9월 말 현재 BBCN의 총 대출액 60억달러 가운데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약 49억달러로 81.4%에 달했다. 윌셔는 36억달러 중 78.2%인 28억달러가 부동산 담보 대출이었다.
합병은행이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경쟁해야 할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대형 은행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자산 353억달러로 최대인 시티 내셔널 뱅크는 230억달러 전체 대출 중 118억달러가 부동산 대출로 비중이 51.4%이고 이스트 웨스트 뱅크 65.9%, 퍼시픽 웨스턴 뱅크 48.5%, 캐세이 뱅크 78% 등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에 무조건적으로 부동산 담보를 요구해온 한인은행권의 관습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주류은행들처럼 외국계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 기업대출(C&I) 확대 등으로 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BBCN과 윌셔의 기업대출 비중은 각각 17.5%와 14.8%로 퍼시픽 웨스턴 뱅크 35.9%, 시티 내셔널 뱅크 31%, 이스트 웨스트 뱅크 28.7%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전문가 영입 등 실력 향상을 통해 합병은행과 한인사회가 윈윈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우선 합병은행은 한인업체들의 캐시 플로우와 재고 파악, 매출 전망과 미수금, 외상 매입금 등을 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육성한다. 합병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을 16%로 가정하고 자산 크기가 비슷한 캐세이 뱅크가 22%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6억달러에서 최대 15억달러 이상의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증대,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자금유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화합의 토대 위 포용성 갖춰야
당장 자산 123억달러 규모의 리저널 뱅크 탄생은 눈앞에 다가왔다. 다만 고객뿐 아니라 은행의 구성원인 직원들에게도 합병 은행의 문턱은 낮아져야 한다. 즉, 화합의 토대 위에서 두 은행의 조직문화가 순조롭게 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은행권에서 BBCN은 한인은행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인주의, 능력 본위의 문화가 있다는 평이다. 반면 윌셔에서는 서열과 조직을 우선시하는 BBCN과는 다른 색깔의 문화가 펼쳐져 있다.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벤츠의 실패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수년 전 합병한 두 회사는 미국의 자유로운 문화가 특징인 크라이슬러와 독일식 서열 위주인 다임러 벤츠 직원간의 충돌로 시너지 효과마저 반감시키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한 은행 관계자는 “4년 전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했을 당시도 은행 사이의 미묘한 기업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십명이 한꺼번에 은행을 떠나는 등 부작용이 컸다”며 “합병 커미티는 물론 두 은행의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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