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 대비, 예산 대폭 늘려… FBI·CIA 출신 전문가들 고용
▶ 관련업계 연간 수백억달러 규모, 전문가들 “완전 방지는 불가능”

LAPD 경찰관들이 페어팩스에 소재한 그로브몰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전국의 가장 붐비는 쇼핑 몰과 테마 팍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은퇴 경관들이 아니다.
이 가운데는 24년 경력의 FBI 베터런과 전직 CIA 요원, 그리고 영국 경시청 테러퇴치 책임자도 있다.
테마 팍 업계가 안전을 위해 지출하는 돈은 연간 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액수는 앞으로 수년 내에 1억달러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웃, 시월드 등은 이미 지난 12월부터 입구 밖에 금속 탐지기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최근 올랜도에서 발생한 ‘외로운 늑대’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업계는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일에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떠안고 있다.
9.11 테러 발생 후 항공업계는 공항 등의 안전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오마르 마틴이나 샌버나디노 총격사건을 일으킨 파룩과 말릭 같은 총격범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살해할 수 있는 타겟들을 노렸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업종의 업소들은 이들의 안전을 위해 전례 없이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2014년 시큐리티를 위해 3,41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 부었다. 인플레율을 감안했을 때 이는 1990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13년 이후 기업들은 시큐리티 비용으로 매년 10%씩 더 지출하고 있다.
CC카메라만 해도 연간 80억달러 비즈니스가 됐다. 20년 전보다 17배나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많은 업체들은 고객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큐리티를 강화하고 있다. 페어팩스 지역 그로브 몰을 돌아다니는 쇼핑객들은 자신들을 300대가 넘는 카메라와 2개의 시큐리티 팀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두 팀 가운데 하나는 유니폼을 입었지만 무장을 하지 않은 팀과 신분을 감춘 채 무장을 한 다른 한 팀이다.
정복을 입은 여러 명의 LA 경찰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로브를 비롯해 남가주에 여러 개의 대형 쇼핑몰을 갖고 있는 카루소 어필리에이티드사는 지난 1월 브렌다 헥을 시큐리티 책임자로 고용했다.
헥은 FBI에서 20년 이상 재직했다. 가장 최근에는 워싱턴지역의 테러퇴치 책임자로 일했다. 헥은 부임 후 가드들과 가드너들, 그리고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몰에서 일하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수상한 행동을 식별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헥은 “개방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서구식 방식이다. 모든 업소들 앞에 무장병력을 세워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몰의 소유주인 억만장자 릭 카루소는 매년 1,000만달러 이상을 시큐리티에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며 결국은 소비자들에 의해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32개 몰을 소유하고 있는 웨스트필드사는 2013년 영국 경시청 테러 책임자였던 존 예이츠를 고용했다. 2008년 디즈니는 CIA에서 정보전문가로 18년을 일한 린다 리드를 글로벌 정보책임자로 채용했다.
그녀는 현재 시큐리티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사람들이 밀집한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의 절반가량이 비즈니스에서 일어났다고 FBI는 밝혔다.
금속 탐지기에 더해 디즈니랜드는 폭약 탐지견을 유원지 외곽에 배치했다.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테러 위협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조치는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한 달 후, 그리고 샌버나디노 테러 발생 수주 후 취해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오드리 아이그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손님들과 종업원들의 안전과 시큐리티는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시큐리티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지는 밝히길 거부했다. 디즈니도 논평을 거부했다. 시월드는 질문에 응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올랜도 총격사건 후 웨스트 할리웃의 대표적 게이라이프 업소인 애비스 푸드 & 바는 업소 밖에 부장 경호원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또 입장객들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완드를 사용해 손님들을 스캔한다. 클럽 소유주인 데이빗 쿨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게이바로서 이런 지출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입장을 위해 늘어서는 줄이 갈수록 길어지지만 손님들은 불평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앞으로 시큐리티에 대한 경각심이 사람들 마음에서 사라질 때쯤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인 국제 테마팍 서비스사 대표인 데니스 스피겔은 디즈니가 모든 소유물의 시큐리티에 연간 7,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지난 수개월 사이에 테마 팍에서 관련 비용이 폭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 테러는 레저 업계 종사자들에게 이런 사건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아무리 투자를 해도 이런 사태를 완전 방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랜드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마틴과 총격전을 벌였지만 반자동총으로 무장한 범인은 클럽 안으로 들어가 계속 총을 난사할 수 있었다. 범인은 결국 스욋팀에 의해 사살됐다.
“만약 시큐리티의 유일한 이유가 총기난사 사건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돈을 다른 데 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랜드연구소의 헨리 윌리스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사태들은 방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인 것은 가장 안전한 미국의 모습이 과연 미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일까라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자. 시큐리티 전문가인 로버트 터커는 “이스라엘에서 시큐리티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식당 밖에 무장 가드들이 서 있다. 수퍼마켓 손님들 가방은 수색을 당하고 쇼핑몰 입구에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구분시켜 주는 것이 더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남녀 모두 군대를 갔다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큐리티 훈련이 잘돼 있다.
수상한 가방이 놓여 있으면 민간인들은 즉각 당국에 신고한다. 터커는 “미국인들은 이와 달리 대형 테러사건이 나도 2주일만 지나면 이를 잊어버린다”고 꼬집었다.
<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