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화 호텔 스파마다 예약 밀려
▶ 브렉시트 이후 정치·경제 전망 불안정해지자 전문직 종사자들 마사지 받으며 스트레스 해소

런던의 브라운스 호텔 스파. 브렉시트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마사지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스파로 몰려들고 있다.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후 영국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하지만 불안정한 경제,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 비즈니스 재미를 톡톡히 보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고급 스파업계이다. 런던의 고급호텔 내 호화 스파마다 예약이 밀려들고 있다. 스트레스로 밤잠 못자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마사지 받으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스파를 찾고 있다.
런던 중심가, 5성급 호텔들에 들어가 보면 가장 깊고 후미진 곳에 런던의 가장 호화로운 스파들이 자리잡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뚝 떨어진 듯 별세계인 호화 스파들이 요즘 밀려드는 예약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스파마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누워서 호사스런 관리를 받고 있다. 지압을 받고 마사지를 받고, 뜨거운 스팀으로 전신을 딥 클린징한다.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에서는 안락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급 스파 분위기는 늘 그런 것,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렇게 호사를 누리는 고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좀 다르다. 이전 같지가 않다.
3주전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후 스파를 찾는 손님들이 바뀌었다. 이국의 섬으로 여름 휴양을 떠날 준비를 하는 사교계의 여성들이 아니다. 런던을 구경하러 온 돈 많은 관광객들도 아니다.
대신 스트레스 격심한 런던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떼 지어 스파 예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스파 측의 보고이다. 소위 브렉시트로 인해 업무상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다 못한 직업인들이 잠시 현실을 잊고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찾는 곳이 스파라는 것이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주로 브렉시트에 관한 것”이라고 로즈우드 호텔에 있는 스파, 페이스 플레이스의 대변인인 일리드 스미스는 말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그 일요일부터 예약이 확 늘어났어요. 특히 고급 트리트먼트인 ‘로즈우드 시그니처 페이스 플레이스’ 예약이 많아요. 긴장을 완전히 풀어낼 수 있도록 추가 마사지가 제공되는 상품입니다.”이 스파는 영국 정치의 고향인 웨스트민스터와 금융의 중심인 런던 시와 등거리에 위치해 있다. 총리가 바뀌는 것을 비롯, 리더십 교체와 함께 웨스트민스터에는 불확실성의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그런가 하면 런던 시에서는 수천명의 금융 분야 종사자들이 지금 오버타임에 시달리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파운드화가 약세가 되면서 국가 경제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고객들이 와서는 트리트먼트를 한 단계 격상시켜서 특별 마사지를 추가하는 것이 한 추세” 라고 스미스는 말한다.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이제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시간이 길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만한 고급 트리트먼트 예약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런던의 헤지펀드 심장부로 알려진 메이페어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브라운스 호텔 스파의 경우 50분짜리 리몬셀토우 페디큐어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부터 벗어나 안식을 좀 취하려는 경우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브라운스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소피 그라운즈는 말한다.
런던에 있는 미용 안내 및 예약 앱인 루비 역시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예약이 30%나 늘었다고 말한다.
“국민투표 끝나고 24시간 후부터 예약이 치솟더군요.”루비의 창업자이자 CEO인 베네티아 아처의 말이다.
“머리 스타일이나 손톱 손질 같은 데는 명백히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명백히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도 그런 분위기가 누그러들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초래된 모든 혼란들로 인해 사람들이 직업적 혹은 정서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때문입니다.”루비 측이 관찰한 바로는 고객들이 스파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집으로 테라피스트를 방문하게 하는 주문이 부쩍 늘었다고 아처는 말한다. 특히 예약시간이 자정 이후나 새벽인 경우는 16% 증가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개인적 미용 관리를 받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비즈니스가 스파만은 아니다. 명품 점들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덕분이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파운드화 약세 현상이 일어나자 이 기회를 이용해 명품들을 사들이려는 외국인들이 많다. 돈 많은 외국 샤핑객들이 파운드가 싸진 이때에 런던에 가서 멀베리 핸드백이나 버버리 코트 같은 것들을 사들이며 돈을 펑펑 쓰려고 잔뜩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로즈우드 호텔 내에 있는 센스 스파의 휴식 라운지. 브렉시트가 스파 업계에 호황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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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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