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호수면(湖水面)에 크고 작은 파문이 일고 있는 일상 속에 잔잔하게 일고 있는 인정의 물결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해준다. 저녁 식사 후 오랜만에 탁구를 치려고 클럽으로 들어갔다. 탁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모여 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같은 레저월드에 사시는 L선생께서 친절을 베푸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보니 가방 안에 있어야 할 아이폰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클럽으로 가야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혼자 뛰어서 갖다오고 싶은데 24시간 행동을 같이 해야 하는 남편과 함께 가자니 시간이 문제이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 출입문 입구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는데 자신의 어머니를 이곳에 모셔다 드리던 유태인 젊은이가 클럽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앉았던 곳 의자 주변 등을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없다. 좀처럼 땀을 잘 흘리지 않지만 땀이 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밖으로 나오니 그 친절한 젊은이가 기다리고 있다. “왜 가지 않고?” 다시 집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 한다. 그 순간 가슴이 울컥한다.
진땀을 흘리며 늦은 밤 시간에 결례를 무릅쓰고 같은 콘도 7층에 사시는 의대 선배 내외분 방문을 두드렸다. 전화기를 빌려서 L선생께 문의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수초 동안의 초조한 마음. 검은 색 작은 아이폰 가방이 차 의자 밑에 있더라며 갖다 주셨다. 한여름 밤의 반딧불처럼 명멸하는 건망증이 점점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걱정하는 딸이 외출할 때 항상 어깨에 매고 다니라고 작지만 정이 듬뿍 담긴 가방. 칠흑같이 어두운 밤 검은색 차 시트 밑으로 숨어 숨바꼭질 하듯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서 차에서 내릴 때 발끝에 걸리지도 않았다.
방안으로 들어와 덥석 누워버렸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인간의 마음의 흐름은 급류같이 흐르다가 낭떠러지를 만나면 급격히 낙하하면서 주위에 포말을 날리기도 하고 흐름이 완만해져 창해(滄海)에 이를 때면 평온한 흐름이 된다. 지금 내 마음의 감정의 흐름은 격랑 없이 잔잔한 적도의 물결위에 조용히 떠 있는 소엽주(小葉舟)에 몸을 싣고 누워 있는 기분이다. 스스로 만든 오랜 세월동안 습관으로 굳어버린, 한결같이 자정 무렵까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 아무 방해가 없는 행복한 나만의 시간, 아름다운 장면 슬픔이나 기쁜 일 등등 저장해 두었다가 깊은 숨을 쉬고 천천히 반추하며 보다 깊은 감동을 느끼며 잠들게 된다.
<임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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