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무력 개입 사실관계 놓고도 갈팡질팡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3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 A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관련, "내가 들은 바로는 크림반도 사람들은 차라리 러시아에 속해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군사, 경제적 조치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유엔도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인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부 공화당 고위 인사들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을 '침략'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도 크림반도가 러시아 영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만 언급해 여지를 남겼고,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해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2년 전에 이미 이뤄졌는데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 문제와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그(푸틴)는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진행자가 푸틴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강제합병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좋다. 그는 어느 면에서 생각하면 거기(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에 대해 "의심스럽고", "갈피를 못 잡는" 설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클린턴의 외교·안보참모인 제이크 설리번은 성명을 통해 "도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있다. 그는 그것도 몰랐는가? 그가 모르는 것은 또 무엇인가?"라고 밝혔다.
설리번은 또 트럼프는 "러시아가 다른 국가의 독립된 영토를 무력으로 점령한 것이 정당하다는 푸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며 "이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중대하다"며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더 나은 관계를 촉구하며 반복해서 푸틴의 입장을 수용했고, 러시아가 주변국에 가하는 공격적인 행동과 자국에서 벌이는 자유 탄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꺼려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공화당 의원들은 푸틴을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비롯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했다. 이에 따라 7월 초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공화당 공약 수정안이 제출됐지만, 최종안에서 무기와 관련한 언급은 모두 빠지고 '적절한 지원'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이날 인터뷰에서 용어가 부드럽게 조정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YT는 트럼프 캠프의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이 2014년 정권교체 혁명으로 쫓겨난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리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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