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총 4,636마일 직접 자동차 몰고 간 10박11일간의 여정
5월 8일(월)
몇 개월 전, 대부분의 이삿짐들을 버지니아에서 LA로 옮겼으나 아직도 자질구레한 차마 버릴 수 없는 화분 항아리, 호미, 두릅나무 뿌리, 귀한 난초뿌리, 예쁜 의자 등등을 자동차 뒷칸에 빼곡하게 실었더니 자동차가 묵직한 것 같다.
첫 기착 예정지인 웨스트버지니아의 주도인 찰스턴에 당도하니 오후 6시, 아직도 대낮같다. 내일은 500마일 거리의 세인트루이스로 향한다.
등하불명이란 말이 있지만 워싱턴에서 66번을 타고 81번-64번-77번-70번, 찰스턴까지 이어지는 길목 중, 특히 마지막 구간인 버클리에서 찰스턴 간의 산간도로는 좀 구불구불 돌고 오르막, 내리막길의 연속이지만 풍치만큼은 일류다.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곳 동부에 산다면, 돈들이고 힘들게 먼 뉴잉글랜드나 서북부 산악지역으로 굳이 갈 필요가 어디 있을까? 바로 여기가 바로 그런 아름다운 곳인데 말이다.
찰스턴도 아름답다. 연방 국회, 상원에서 가장 오래 의원을 지내고 몇 해 전 타계한 로버트 버드(Robert Byrd)가 산골 깡촌인 자기 고향을 이나마 발전시켜 주민들에겐 절대적 존재였을 거라고 짐작된다.
5월9일(화)
아침 10시에 출발해 9시간만인 오후 6시(동부시간 7시)에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도착했다. 인디애나 주를 통과할 땐 비가 제법 뿌려 운전이 조심스러웠다. 더욱 세차게 오면 도중에서 자고 가려까지 생각했으나 좀더 서쪽으로 달리니 비가 해로 바뀌어 다행이었다. 인디애나, 미주리, 일리노이 주가 마치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가 만나는 컴버랜드(Cumberland)처럼 한 호텔을 예약하려는데 어느 주인지 좀 헷갈렸다.
우선 인디애나 주는 펜스 부통령의 출신 주다. 유명한 인디애나 대학은 공과대학과 미술, 음악대학이 전국적으로 명성이 나 있으며 워싱턴에선 김홍자 교수를 비롯한 미술과 음악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나의 일생의 꿈(아마도 실현 못할 것 같은) RV Air Stream 제조회사(잘못 알고 있었음- 오하이오 주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켄터키 주를 지날 땐 KFC, Kentucky Derby(승마 대회로 매년 5월 첫째 토요일 루이스빌에 있는 Churchill Downs 경마장서 열린다. 올해는143회), 친구의 사위가 칸트 전공 철학교수로 있는 대학 등이 생각났다.
주도가 Frankport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비슷한 발음이라 처음 알게 된 지식이나 쉽게 잊어버릴 것 같지는 않다.
서부로 와 1시간을 벌어 동부시간 오후 7시, 중부시간 6시에 9시간에 걸친 480마일의 대행군을 St. Louis에서 마쳤다. 내일은 콜로라도주의 덴버(Denver)로 향하나 그곳까지 600마일, 아마도 100마일 전 지점에서 묵고가야 될 것 같다.
5월10일(수)
특히 어젯밤에 숙면을 하니 기분 만점. 유럽처럼 이 각주들이 여기저기 좌우상하로 인접해 있어 좀 혼란스럽다. 운전은 오전 중에 아내가 맡기로 해 내가 좀 쉬면서 지도연구와 지나치면서 차안에서 도시풍경 등 사진을 찍기로 했다.
미주리 주 St. Louis을 떠나자마자 캔사스(Kansas) 주로 접어든다. 세인트루이스는 한마디로 크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아치형 타워인 조형물이 이곳 명물이란다.
야구의 명 고장,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 팀이 있으며 먼 옛날 한국에 친선경기차 왔었던 일도 있고 뉴욕 양키스와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하고 여러 번 우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워싱턴 의과대학병원은 Massachusetts General, Mayo Clinic, Johns Hopkins, Cleveland Clinic과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캔사스 시티 바로 전 아내가 나에게 운전대를 인계하고 얼마 있자마자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갑가기 위험하게 되었다. 조심조심하고 운전을 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앞에 가던 차가 180도 좌회전을 하여 나의 앞길을 거의 가로질러 막고 있다. 여자운전자는 겁에 질려 차에서 나오려하는데 다행히 뒤에서 오는 차량들이 서행을 해 그 차를 간신히 오른쪽 끝으로 비껴가 연쇄충돌을 모면할 수 있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자동차로 지나치며 알게 되었다. 한국전쟁 때 만주폭격을 주장한 맥아더 장군을 해임해서 한국과 특히 인연이 있는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만은 Lamar, 미주리 출신이며 그의 후임자 34대 대통령은 원래 텍사스 출생이나 성장은 캔사스에서 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다. 국도변에 큰 초상화를 걸어놓고 성장한 곳이라고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선전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은퇴했으나 캔사스 출신의 노 정객 밥 돌이 있다.
마음 같아선 콜로라도 덴버부근까지 오늘 중 가려 했으나 너무 무리다. 그리하여 Hays라는 작은 도시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좀 여유가 생겼다. 내일은 덴버 남쪽 230여마일 지점에 있는Grand Sand Dune 국립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벌써 1,300마일을 달렸다.
5월11일(목)
오늘도 아내가 첫 번 운전대를 잡기로 해 나로선 여행계획을 점검해볼 수 있어 좋고 집사람은 심심함을 달래기도 하며 좋아하는 운전도 하는 기회가 생겨 여러모로 두루 좋다.
사실 콜로라도 주에선 덴버나 Grand sand dunes 국립공원보다도 음악도는 아니나 여름이면 음악 축제가 열리는(물론 겨울이면 스키) 아스펜(Aspen)을 꼭 가보고 싶었으나 6월이 되어서야 축제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 같고 덴버에서 서남쪽 160마일 지점에 위치하기에 포기했다. 대신 좀 더 멀지만(Denver에서 230마일 남서쪽) 꼭 보아야 할 곳이라는 Grand sand dunes 국립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던 것이다.
출발지 Hays로부터 200여마일 서쪽이며 덴버 동쪽 90마일 지점에 있는 Limo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국도 70을 벗어나 콜로라도 지방도로 24를 택해 Grand Sand Dunes 국립공원을 보러가서 좋았긴 좋았으나 예상보다 멀고 더 시간이 걸렸다. 국도 25번에서 벗어나서부터는 산골길 70마일은 꼬불꼬불 심심산골로 사방에 눈을 얹고 있는 산들의 연속이다. 기온도 40도 내외로 좀 으스스한 느낌도 받아 되돌아 나갈까 생각했었으나 이제껏 온 길이 너무 아까워 쭉 갔다.
여기서 잠시 Grand Sand Dunes 국립공원을 소개하면 정식으로 국립공원으로 의회로부터 승인은 2004년이다. 모래언덕 제일 높은 곳이 750feet(229미터), 19,000에이커에 걸쳐 있는데, 40만년 전부터 서서히 빙산이 녹아 강과 호수에 흘러들고 물이 증발과정을 거친 후 서풍이 말라빠진 호수와 강바닥의 침전된 모래와 흙을 계곡의 동쪽으로 날려 보내 거대한 모래동산을 형성한 것이다.
지금도 매일 바람의 영향에 따라 모래언덕 모양이 수시로 바뀌어진다 하며, 우리는 직접 해보진 않았으나 모래언덕을 파보면 얼마 깊지 않은 곳에 물에 젖은 모래를 볼 수 있다 한다.
오늘 주행거리 600마일이니 얼마나 강행군이었는지 알 수 있겠다. 특히 집사람이 무척 힘들어하여 다음 계획을 수정, 단축해야할 것 같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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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사진/심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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