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원로 문인까지 대상, 문단 내 성폭력 문제 ‘화두’
▶ 여성 영화인 설문조사서, “성관계 요구받아”11%
검찰 내 성폭력 실태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도화선이 돼 사회 각 분야로 성폭력 고발 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문단과 영화계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계에서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연애담’으로 주목받은 이현주 감독이 동료감독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피해자의 폭로로 알려졌고,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을 일삼던 원로 문인을 풍자한 시가 재조명되면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문화계는 ‘터질 게 터졌다’면서도 이번 일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긴장하고 있다.
■문단 발칵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를 냈던 최영미(57) 시인이 최근 발표한 시 한 편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문단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최 시인은 이후 방송 출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다시 폭로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미 투)/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En선생’은 유명 원로 시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문이 일었고, 이에 대해 류근 시인은 한국시간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몰랐다고? 놀랍고 지겹다.
60~70년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 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다”고 쓰며 고은 시인의 실명을 거론하고 나섰다.
최 시인의 폭로로 발칵 뒤집힌 문단은 찬반으로 나뉜 설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 시인의 시를 실었던 ‘황해문화’ 편집주간인 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해 한 잡지에 기고한 글을 SNS에 인용하며 “이른바 문단밥을 먹고 살아온 모든 남성 작가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전부 ‘잠재적 용의자’이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각종 미시권력 관계가 가로세로 얽혀 있는 현재 한국 문단의 기본 구조 속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은 언제든지 재발하게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승철 시인은 “(최 시인이) 한국 문단이 마치 성추행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발언했다”면서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발했다.
이 와중에 한국시인협회 새 회장으로 뽑힌 감태준 시인이 2007년 제자 성추행 추문에 휘말렸던 전력이 다시 불거져 문단 분위기는 더 뒤숭숭하다.
■영화·방송계도 몸살
“꽤 오래 연기했지만 영화 촬영장에 갈 때는 아직도 겁나요. 영화에 데뷔할 때 역겨운 제안을 받은 기억이 떠올라서요. 신인 시절 출연 계약을 앞둔 영화의 제작자한테 ‘함께 일하기 위해 너를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단호하게 연락을 끊었지만, 어디다 말도 못하고 한참 속앓이를 했어요.”(배우 B씨)
이같은 증언처럼 영화계의 문제제기가 계속돼 온 가운데,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기덕 감독 사건과, 남자배우의 촬영 중 여자배우 성추행 논란을 겪은 영화계는 성폭력 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건 이후 여성영화인모임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계 종사자 749명을 대상으로 영화계 성폭력 실태 조사를 벌였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은 11.5%로 나타났다.
외모 평판과 음담패설을 당한 경험이 35.1%로 가장 높았고,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또는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당한 경우는 29.7%였다. 영화계 성폭력 실태를 간접적이나마 체감하게 하는 수치다.
문단과 영화계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은 공연계와 방송계로도 번져 나갈 조짐이다. 최근 MBC 드라마 PD가 상습 성추행으로 대기발령 조치된 일도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고발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가해자가 문단 권위자나 감독처럼 권력관계상 우위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 사실을 알릴 경우 평판에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일을 그만둘 각오까지 해야 한다.
서혜진 변호사는 “미투 운동은 상담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이겨내고 피해 사실을 알리도록 용기를 준다”며 “문제를 공론화하고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투 운동이 피해자에게 신상 공개를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데 역이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하되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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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0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아이고 빙.신 잘났다 ㅎㅎㅎ 나이 많아서 좋컸다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못하는 주제에 무슨댓글이냐? 내가 "자고로 " 옛부터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하는 뜻이다 Ba보야' 말도 못배운 주제에,어른말씹에 끼어들기는 철없이.
아주 웃기고있네. 자기배꼽밑이 악취가 나는가본데 안그런 사람들 많아요
한국의 대청소 필요? 웃기고 있네요. 한국일보만 보니 시야가 좁아서겠지?. 지구가 터질듯 부글부글 끓고있네요. 누가 누구를 원망해?자고로 배꼽밑을 처들면 악취만 난다고 했다.
대청소가 꼭필요합니다 한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