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6일 베이징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 결과가 4월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중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순풍론’과 ‘역풍론’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일단 청와대와 미국 백악관은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중국이 한반도 평화 논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항구적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의 확실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조심스럽게 낙관적으로 보려 한다”면서 “최대 압박 작전이 효과를 계속 발휘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순풍론’의 첫째 근거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비핵화 의지를 못박은 점이다. 김 위원장은 3월 초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만났을 때도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한반도 평화 논의에 참여해 북한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순풍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시 주석도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의 한반도 문제 3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역풍론자들은 “김 위원장이 조건부 단계적 비핵화를 거론한 것은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보상만 챙기고 비핵화 합의를 파기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면서 우려를 표시한다. 특히 2005년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9·19 공동 선언이 채택됐음에도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의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거론하면서 ‘선(先) 조치 후(後) 비핵화’ 및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한국의 대북 특사단과 만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비핵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핵 동결-폐기’의 2단계 또는 ’핵 동결-불능화-폐기’의 3단계 비핵화 수순에 맞춰 대북 제재 해제-경제 지원-체제 안전 보장 등의 보상을 하는 방안이다. 살라미 전술 같은 북한의 해법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선호하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또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 선언, 체제 안전 보장 등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한국의 ‘원샷 타결’ 방안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 북한과 중국의 관계 복원으로 중국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과 이번에 ‘중국 보험’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되면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중앙정보국) 국장 등 ‘슈퍼 매파’를 각각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국무장관에 내정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려던 트럼프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어쨌든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북핵 해법의 주도권을 쥐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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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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