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S9의 사진번역 기능. 화면 속 글자 부분만 번역된다. 삼성전자 제공
# 최근 스페인여행을 다녀온 A씨. 번역 앱만 준비해 조금은 불안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표지판을 비추면 한글로 번역되고, 앱에 한글을 입력하면 스페인어로 변환돼 관광이든 쇼핑이든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자동 통·번역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번역품질이 너무 낮아 신뢰하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외국인과의 대화에 이용해도 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동시통역 이어폰이 속속 등장하면서 외국어공부가 불필요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취월장한 번역기, 비결은 AI
1990년대 본격화한 자동 번역 연구는 ‘규칙기반 기계번역(RBMT)’를 거쳐 ‘통계기반 기계번역(SMT)’으로 발전했다.
문법에만 의존하는 RBMT는 구어체에 취약하다. ‘You guys(자네들)’를 ‘당신 소년들’로 오역하는 식이다. 자주 쓰이는 의미를 반영해 다소 나은 SMT도 관용표현이나 합성어 앞에선 무너진다. 일례로 ‘육회(肉膾)’의 뜻이 ‘Six times(6회)’라는 엉뚱한 번역을 내놓는다.
지지부진하던 연구는 2016년 ‘신경망 기계번역(NMT)’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인공지능(AI) 스스로 번역기술을 학습하는 NMT는 앞뒤 맥락을 파악해 ‘먹는 밤(chestnuts)’과 ‘어두운 밤(night)’까지 구분한다.
이후 자동번역은 연구실을 벗어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MS 등 글로벌기업들의 번역서비스는 속어나 은어도 해석하고 오타까지 감안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지난해 14개 언어를 번역하는 ‘파파고’를 내놨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고, 네이버 AI스피커 ‘웨이브’를 통해 음성통역과 회화연습도 가능하다. 네이버 메신저 ‘라인’에서 번역 챗봇을 초대하면, 모든 대화를 지정된 언어로 번역해준다.
카카오도 최근 ‘카카오 I(아이) 번역’ 챗봇(채팅로봇)을 선보였다.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보내면 영어·중국어·일어 중 하나로 번역한다. 국내 번역기 최초로 예사말과 존댓말, 구어체와 문어체를 구분한다. 영화의 외국어 자막을 번역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3월 출시된 갤럭시S9에 사진번역 기능을 담았다. 카메라로 외국어 간판이나 메뉴판을 비추면 글자 부분만 한국어로 바뀐다. 54개 언어를 인식하고 104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 사진번역은 지난해 구글이 ‘워드렌즈’라는 이름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가장 주목받는 동시통역 이어폰 ‘마스’. 네이버 제공
◇‘바벨피시’ 현실로… 동시통역 이어폰 등장
더글라스 애덤스의 공상과학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바벨피시’라는 물고기가 나온다. 이어폰처럼 귀에 넣으면 어떤 언어든 통역해주는 여행자의 필수품이다.
2007년 처음으로 인터넷 번역기를 내놓은 구글이 상상 속 바벨피시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발매된 무선 이어폰 ‘픽셀버드’는 한국어를 포함한 40개 언어의 동시통역을 지원한다. 다만 구글 스마트폰 ‘픽셀2’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픽셀버드를 귀에 꽂은 사람이 오른쪽 이어폰을 누르며 스웨덴어로 말하면, 픽셀2의 스피커를 통해 영어로 통역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픽셀2에 대고 영어로 말하면 픽셀버드를 통해 스웨덴어가 전달된다.
최근 더 주목받는 동시통역 이어폰은 네이버가 올해 1월 전자박람회 CES에서 공개해 ‘최고혁신상’을 받은 ‘마스’다. 픽셀버드와 달리 어떤 스마트폰과도 연동되고,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 서로의 언어로 얘기하면 실시간으로 통역돼 한층 편리하다. 네이버는 연내 마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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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스마트 없을때도 나 혼자서 주고 받고 쉽게 통역해 주는 것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