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초청… 2~3주내 협상 재개
▶ “핵 신고·폐기·검증 로드맵 제시해야 제재 완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3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역사적 회동을 한 가운데 향후 북한 비핵화 열매가 어떻게 수확될 지 주목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회동을 갖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의 물꼬를 다시 텄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과 하노이 협상 결렬로 상처를 입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회복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는 협상을 진전시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방안 즉 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집에서 53분 동안 만나 비핵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4개월 만에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셈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가서 1분가량 머물며 기념 촬영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난 데 이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합류해 남·북·미 정상의 사상 첫 3자 회동도 이뤄졌다. 남·북·미 정상의 3자 회동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 만이다.
문 대통령 참석 없이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나 김 위원장이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며 트위터에 “북한 땅을 밟았다.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한 뒤 협상 돌입 시점에 대해 “아마도 2∼3주 내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 방안과 반대급부인 제재 완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진 게 없어서 자칫 논의 진전 없이 실무협상과 정상회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하나도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미국에 요구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와 제재 완화를 두고 실무 협상이 이뤄질 텐데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에는 영변 외에도 다양한 핵 시설이 있는데다 이미 생산된 핵 물질과 핵 무기가 있다”면서 “초기 단계에서 북핵 시설 전반에 대한 신고와 함께 전체적인 폐기·검증 로드맵이 제시돼야만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시설이 5곳에 이른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하는 대신에 제재 완화를 얻어내 슬그머니 핵보유국으로 진입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으므로 전체적인 핵 폐기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일 역사적인 남미북 판문점 회동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쓰였다”며 “앞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 성과를 발전시켜 새로운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남미북 정상 간 만남은 닐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발자국을 남긴 것과 비견되는, 세계사를 바꾼 대단한 발걸음”이라고 주장하면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국회 비준을 제안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의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진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려면 살라미 전술을 펼치려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하노이 회담 이후 끊긴 미북 대화가 다시 시작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통미봉남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손님)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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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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