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짜고 저리 비비다보면 집값 내면서 근근 밥벌이는 하겠다만 아이들 학비는 불가능예요.” 떠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탄식이다. 저녁이 없는 가정은 이미 예전에 각오했었다만 아이들 교육 땜에 이민을 왔다는 방정식에는 맞지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굿 바이다.
어디로 굿 바이? 가까운 남쪽 애리조나도 행선지의 하나이고 그 옆옆 동네 텍사스에도 꽤나 간단다. 그러다보면 기왕 온 김에 한두 주 더 건너뛰어 애틀란타도 표가 많이 팔린다. 또는 가까운 북쪽 오레건과 워싱턴 트래픽도 늘어난다.
하다 보니 이래서 떠나고 저래서 떠난다. 그런데 두부만큼은 남는다. 뭐야, 두부? 그럴 바에는 거기다 클럽자 하나 더 붙이자. 그래서 “두부클럽” 이라 해보자. 이건 실제로 존재했던 클럽이다. 70년대 태어나서 80년대 흐지부지 두루뭉술 그렇게 그렇게 되었지만 모임이 활발했을 때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한마디로 마시자 클럽이다. 그중 제일 좋은 안주가 두부였다. 그래서 두부클럽.
떠날 때는 말없이.
거나하게 취했다고 생각하면 떠난다. 분위기 깨니까 말없이 혼자서 슬그머니 떠난다. 그러고 보니 그게 벌써 30년도 넘는 세월 저쪽이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이쪽으로 오면서 실제로 많은 멤버들이 떠났다. 이래서 떠나고, 저래서 떠나고... 이렇게 떠나고, 저렇게 떠나고...
산호세에서 ‘두부공장’을 처음 찾아간 때는 60년대 중반이었을 거다. 공장이래야 Hole-in-the Wall (구멍가게)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일본아저씨는 항상 웃는다. 어떤 때는 ‘비지’ 하면서 한봉다리 선물한다. 그러면 그날 밤 커다란 냄비에 비지, 김치(하와이산) 그리고 돈공갈비뼈가 범벅이 되어 고추장과 함께 푹푹 삶아진다. 이태리에서 오는 지중해산 조그마한 깡통 멸치가, 쉬, 비밀자료다.
뼈가 마치 두부같이 허물허물 할 정도로(약간 과장) 익으면 식초 약간 참기름 조금 이렇게 마무리해서 냄비뚜껑 꽉 닫고 불을 끈다. 퍼지는 담배연기를 바라보며 누구를 부르나 구속에 얼굴들을 그려본다, 즐거움에 쌓인다.
지금 우리 동네에 두부공장이 아마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누구 한사람 두부공장을 차린다면 그 집은 저녁이 있는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품 다변화도 가능할 것 같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일본 두부공장에 두부이외의 물건들이 추가로 선을 보인다. 공장전체를 둘러본들 뭣딱지만하니 선보이는 상품들도 그저 몇 개 이런 식이다. 우선 라면이 보인다. 두세 불록만 걸어가면 커다란 일본 수퍼가 있으니 가격싸움은 노노다. 그래도 두부 사러 왔다가 이것저것 담게 된다.
어묵, 와! 이런 게 언제부터인지 선을 보인다. 시계는 육이오로 거슬러 오른다. 일사후퇴와 때를 맞추어 남쪽으로 피난 가기전 몇 달간 서울에서 사는 동안 많은 인생경험을 했다.(그 나이에?) 동대문시장 탐방이 그중 하나다. 새벽녘 시장을 가보면 생의 맥박을 느끼게 한다. 모두가 바쁘다. 오락가락 분주하다. 그중에서 지금도 눈에 선한게 어묵가게다.
분명히 펄펄 끓는 기름이었을 거다. 도마보다는 조금커보이는 엷은 방패같이 생긴 널판에 어묵 반죽이 있다. 왼손에는 이게 들려있고 오른손에는 넓적한 칼같은 도구로 수제비 떠내듯 반죽을 조금씩 기름에 넣는다.
지금도 그게 눈에 보인다. 막 건져 내는 뜨끈뜨끈한 그 작품이야말로 세계 최고라고 그때는 생각했을 꺼다. 지금 누구 한사람 이 동네에 두부공장에 어묵 그리고 콩나물까지 해서 사업을 시작 한다면? 한식구 오순도순 집값내고 밥상 차리고 아이들 학비대면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 살아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한세상 먹고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니라더라. 기다려진다. 신선한 건강식품의 등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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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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