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노딜 브렉시트 위한 것…민주주의 모욕”
▶ 존슨 총리는 “주요 입법안 실현 위한 것” 주장

28일 영국 런던의 총리 관저 앞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 가면을 쓴 한 남성이‘영국 민주주의의 명복을 빈다’라는 문구 팻말을 놓고 무덤을 파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P]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Brexit)를 앞두고 오는 10월 중순까지 한 달여 간 의회의 정회(일시 폐쇄)를 결정하면서 영국 정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존슨 총리는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하원 정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여왕이 이를 승인하면서 영국 하원은 오는 9월12일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14일까지 한 달가량 정회한 뒤 새 회기를 시작한다.
이에 대해 야당과 하원의장 등 ‘노딜 브렉시트’를 위한 꼼수라며 즉각 성토하고 나섰고, 영국 의회 사이트에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줄을 잇는 등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의회가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만약 의회가 10월14일까지 정회하면 브렉시트가 예정된 10월31일까지는 불과 2주가량만이 남게 된다. 하원 입장에서는 정부의 노딜 브렉시트 추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한 토론이나 입법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17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에 대해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있어 완전히 수치스러운 모욕”이라며 “이같은 일이 발생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분노했다.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의회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결정을 앞두고 그(존슨 총리)가 국민의 의회를 닫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캐럴라인 루카스 의원은 “헌법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의회 문을 닫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의원들의 권리에 대한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EU 잔류 지지자인 보수당의 도미닉 그리브 의원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번 의회 정회가 존슨 정부의 불신임으로 이어져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슨 총리의 이번 조치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한때 1% 가까이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이번 의회 정회 및 새 회기 개시 결정은 브렉시트와 관련이 없으며, 순수하게 여러 입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말했지만 우리는 이 나라를 발전시킬 계획을 (브렉시트가 예정된) 10월31일까지 늦출 수 없다”면서 “우리는 새롭고 중요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10월14일 ‘여왕 연설’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를 10월 중순까지 정회해 하원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토론이나 표결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제출하는 법안은 범죄, 병원, 교육 재원 등에 관한 것”이라며 “10월17일 EU 정상회의를 전후로 의회가 브렉시트와 다른 이슈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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