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5% 그만둬… 5월에만 70만명 이직
▶ 추가 실업수당 완료에도 돌아오지 않아

구인광고 입간판. <로이터>
식당마다 입구에 구인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었던 요식업계는 최근 대부분의 규제가 풀리면서 가장 눈에 띄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업주들은 갑자기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간 실업수당이나 다른 정부 지원금을 받던 직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실업수당 지급이 완료됐어도 다시 식당에 취직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더 이상 그렇게 힘든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연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요식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바, 호텔 등에서 인력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올해 들어 매달 5%의 직원이 직장을 그만두고 있으며 5월에만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광고(help wanted)는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식당에 손님이 몰려들고 있지만 여전히 120만개의 일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 막말과 고성, 무례한 사람들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요식업계 종사자의 절반 이상은 “돈 때문에 그만 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들은 “일도 힘들고, 근무 시간도 불규칙하고, 보험이나 다른 베네핏도 없고, 손님들도 무례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한 라티노 직원은 “한국말로 매일 고함을 치고 오버타임도 잘 챙겨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불만스러운 직원과 이에 대한 손님들의 항의 등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최저임금 15달러
미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5월,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이 15달러를 기록했다. 맥도널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시간당 11~17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가장 높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많은 업체들은 면접 보러 오는 비용도 지불하고 보너스도 제시하고 있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다. 던킨 도넛에서 시간당 9달러 50센트를 받던 사람이 최근 샌드위치 체인점으로 옮기면서 3달러 오른 12달러50센트를 받게 됐다. 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구인난을 겪는 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반전의 기회가 됐다.
■“더 이상 참고 버틸 이유가 없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경제학자 재넷 윅스-림 연구원은 지난 20일 NPR방송에서 “요식업계 종사자는 오랫동안 저임금에 시달려왔다”며 “팬데믹 전에도 다소 오르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떨어졌고 최근 들어 부쩍 오르게 됐지만 여전히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에게 그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하면 끝이었지만 이제 그러한 업주는 더 이상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없다. 구인난을 겪는 대형 업체에서 보다 좋은 조건으로 채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은 “그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이제 더 이상 참고 버틸 이유가 없다”며 “최저 임금 인상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극한직업’으로 알려진 요식업계 종사자들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근 직장을 옮기면서 3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됐다는 한 직장인은 “처음으로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게 됐다”면서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건강보험도 제공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식당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시급을 계산하면 연봉 2만3천달러에 불과했다”며 “드디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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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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