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슨스 갤러리아 몰의 명품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의 영향으로 워싱턴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양극화 현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으며 소비에 있어서도 분명해졌다. 직장을 잃고 렌트비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넘쳐나는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낮은 이자율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투자라고 조언하지만 빠듯하게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워싱턴 지역에는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고 지난 몇 년간 주식이나 코인 등에 투자해 목돈을 번 부자들도 많아 이들의 호화로운 소비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워싱턴 지역의 유동인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매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기업을 비롯해 일부 소매점들이 영업부진을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명품 매장의 경우 매출이 늘고 DC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들도 눈에 띄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 DC를 떠난 업체들로 인해 비어있던 자리가 최근 새로운 명품 매장들로 채워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가 왕성한 밀레니얼이나 더 젊은 세대의 경제력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명품 또는 보석이나 사치품을 팔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 DC의 한 보석상은 “전혀 예상하기 못했던 호황을 누리며 역대 최고 매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에 위치한 갤러리아 몰에서도 명품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안전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수천, 수만 달러에 달하는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중국의 갑부들이 해외여행에서 명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으나 이제 워싱턴에서 그러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됐다.
한편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보복 쇼핑’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여행도 못가고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소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사냐’(Yolo; you only live once)는 말로도 대변된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보석판매가 73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미뤄진 결혼에 대한 보상으로 고가의 보석을 구입하는가 하면 해외여행 대신 화려한 예물을 선택하는 신혼부부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팬데믹의 여파는 달러 스토어의 물건이 이제 더 이상 1달러가 아니라는 불만이 나오게 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더 비싸고 더 좋은 명품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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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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