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환자 5년새 15% 늘어
▶ 성년후견 8,823건으로 증가
▶ 법원, 엄격한 심문에 절반만 인용
내년 치매 환자 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하고 이들의 자산이 17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성년 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판단 능력 저하로 인한 재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30일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8,180건이던 전국 법원 성년 후견 접수 건수는 2021년 8,605건, 2022년 8,324건에서 2023년 8,823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치매 인구와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도입된 성년 후견 제도는 질병·장애·노령과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성인이 후견인을 선임해 전면적 대리권 및 동의권·취소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부모가 치매로 의사능력이 결여될 경우 자식이 성년 후견인이 돼 부모의 재산 관리와 상속·증여 등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 부모의 사후 유언이 발견되면 생전 치매를 이유로 유언의 효력을 부인하기 위한 재산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20년 84만 명에서 올해 97만 명으로 5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치매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인 ‘치매 머니’도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6.9%인 17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머니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2030년 220조 원, 2035년 278조 원을 넘어 2040년이면 GDP의 11.8%인 351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성년 후견 절차는 피후견인이 실제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지 판단하기 위한 법원의 엄격한 심판 절차가 필요하다. 후견인의 재산 보호 행위가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경제적 상황이나 의사소통 능력도 참고한다. 이에 성년 후견 인용 건수도 접수 건수의 반 토막에 불과하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869건의 성년 후견 가운데 398건(45.7%)만 인용됐다. 지난해는 접수된 1097건 중 680건(61.9%)이 인용됐으나 여전히 기각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치매 등 판단 능력이 저하되기 전 미리 후견 계약으로 후견인을 정하는 임의 후견 제도도 시행 중이지만 이용이 저조하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임의 후견 신청 건수는 26건으로 성년 후견의 3.1%에 불과했다. 2023년에는 다소 늘어 42건을 신청했지만 이 중 45.2%인 19건만 인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족 중 성년 후견인을 누가 맡을지 의견이 불일치하면 법원에서 제3자 후견인인 변호사를 선정하는데 피후견인과 알지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재산을 관리하게 돼 부담이 클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성년 후견을 받아야 할 시점이 오면 후견인을 미리 지정할 수 있는 임의 후견을 권유한다”고 설명했다.
성년 후견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진옥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가족 간 다툼 없이 모두 동의해 후견인이 결정되더라도 후견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4~5개월이 소요되고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1년 가까이 걸리기 일쑤”라면서 “후견 심판 과정에서 정신 감정 등 의료적 판단이 필요한데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이를 감정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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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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