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의사들은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뇌수술을 하기도 한다. 뇌의 중요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환자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술을 통해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사람의 몸을 움직이게 할 수 있고 기억, 감정 등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성찰, 이성, 자유의지 등은 뇌자극을 통해 유도하지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류에 사인을 할 때,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서 손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사인을 하도록 결정을 내리게는 못하는 것이다.
치매 환자의 기억력이 사망하기 얼마전에 갑자기 되살아나기도 한다. 기억력 뿐만 아니라 예전의 모습도 되찾는 것을 연구자들, 호스피스 종사자들, 가족들이 수십년 동안 관찰한 결과가 2023년에 학계에 보고되었는데, 이것을 “말기 명료현상(terminal lucidity)”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의식이 뇌에만 의존하는 것이라면 치매 환자의 기억력이 그것도 사망하기 얼마전에 어떻게 갑자기 되살아나는 것일까?
사람의 정신 활동이 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뇌가 없이 태어난 아이들에게서도 관찰된 사실이다. 이 아이들은 척추와 연결된 뇌줄기(brain stem)만 있고 그 윗부분의 뇌는 없다 (hydranencephaly). 신체적 장애는 있지만, 의식이 있으며 웃고 울고 무서워하는 등의 감정을 보인다고 한다. 뇌줄기의 망상체(reticular formation)가 약간만 손상을 입어도 사람은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뇌가 없이 태어난 이 아이들은 뇌줄기의 망상체가 손상을 입었는데도 의식이 있다. 사람의 의식이 뇌의 어느 특정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신경세포의 연합 작용으로 의식이 존재하게 된다고 추론하지만 무의식 물질인 신경세포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사람의 의식은 뇌에서 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1991년에 애틀랜타에 사는 Pam Reynolds라는 싱어송 작가의 기저혈관 (basilar artery)이 골프공 만하게 부풀어 오른 것이 발견되었다. 기저혈관은 뇌줄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터지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수술 중에 터질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피닉스에 있는 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의 Robert Spetzler 소장은 환자의 체온을 화씨 60도로 낮추어 심장을 멈추게 한 후에 수술을 했다. 뇌에 혈액이 흐르지 않게 하여 수술 중 출혈을 없애려는 것이었다. 뇌파가 전혀 잡히지 않았고 심장도 멈추어서 환자가 죽은 상태에서 수술을 한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수술 중 환자가 겪은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 화제가 되었다. 임사체험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지만, 이 경우는 고도의 정밀한 의료기계에 의해 뇌사가 확인되었다는 점이 다른 임사체험과 달랐다.
이 환자는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고 들었다. 자신의 뇌를 열기위해 사용된 톱을 보았고 톱이 내는 소음을 들었다. 자신의 머리 전체가 아니고 수술 부위만 면도된 것도 보았다. 심장의사가 환자의 오른쪽 사타구니 혈관이 너무 작아서 왼쪽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의사들과 상의하는 것도 들었다. 청각신경이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귀에는 일초 간격으로 100 데시벨의 소음을 내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설사 의식이 있었다고 해도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수술실에서 나는 소리와 의사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들은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Pam Reynolds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4년에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의 15개 병원에서 심정지 상태였다가 소생된 206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사체험에 대해 조사했다. 그 중 140명이 조사에 응했는데, 아홉 명이 임사체험을 했고 두 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응급실의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중 한 사람은 “환자에게 충격을 가하라(shock the patient)”는 자동 음성을 들었는데, 이것은 자동심장충격기에서 나오는 음성이었고 실제로 자동심장충격기가 사용되었다.
심정지 후 20-30초가 지나면 뇌도 기능을 멈춘다고 한다. 심장 박동이 멈추었고 뇌도 활동을 멈추었는데, 어떻게 수술실과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을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에게는 죽음 이후에도 살아서 활동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영혼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망하면 육신은 땅에 묻히거나 화장으로 재가 되지만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다 (창세기 35장 18절, 누가복음 23장 4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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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룡 목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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