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성부모 둔 아이들 200만명 넘어섰다
▶ 엄마-아빠 역할 확실한 구분 없어 때론 불편하지만 이혼사례 거의 없어 일반가정보다 아이들에 안정적, 동성결혼 합법화 주 증가로 입양규정도 완화 추세
슐티-웨이저 가족은 조금 별나다. 자녀가 다섯으로 조금 많은 편이지만, 유별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조건으로만 따져보면 전통적인 가정에 가깝다. 부모 가운데 한 명은 가족 부양을 책임진다. 잘 나가는 기업 변호사인 그는 흔히 말하는 A 타입이다. 아이들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고, 제 시간에 꼬박꼬박 잠을 재우는 게 그에게 맡겨진 일이다.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영락없는 보수적 아버지다. 그러나 조슈아 웨이저(50)는 이 가정의 엄마 역할을 담당한다. 실질적인 가장은 미술가인 리처드 슐티(61)다. 슐티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회사까지 때려치웠다. 남편이지만 실제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전업주부’다.
슐티-웨이저 부부는 게이 커플이다.
‘남-남 가정’이기에 둘 사이의 역할분담에 조금씩 혼선이 빚어지곤 한다. 남-남 커플이면서도 아이가 여섯 명이나 되니 부모의 역할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웨이저는 “나도 남편도 나름대로 엄마 성향이 강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두 딸을 데리고 샤핑을 다니고, 머리손질을 해준다. 아이들을 살살 구슬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두 아들과 네 딸은 물론 입양아다.
슐티-웨이저 부부처럼 자녀를 들이는 게이와 레즈비안 커플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게이비 붐’(gayby boom)이라고 부른다.
일부 평자들은 게이 부모의 자녀들이 사회적 오명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통적인 부모의 ‘롤 모델’이 결여된 탓에 보고배울 학습대상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성애 커플은 가정생활의 단조로운 수고로움을 견뎌내지 못한다.
앞서 나온 연구 결과는 동성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어린이들이 성적불량, 행동장애와 마약 및 알콜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새로운 리서치는 이같은 두려움이 잘못된 것임을 시사한다. 센서스 자료 등에 대한 1차 분석을 통해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로젠펠드 박사는 동성애 커플 자녀들의 문제는 이들의 생물학적 부모 가정의 균열 등과 같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결론지었다.
어떤 면에서 ‘두 아빠 가정’은 일반적 통념과 달리 전통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생활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뉴욕대 사회문화 분석학 교수인 주디스 스테이시는 비전통적 가정에 대한 장기 연구결과 동성애 남성이 이끄는 가정은 자녀를 둔 모든 가정 가운데 가장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장 14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해 온 스테이시 박사는 해당기간 자녀를 둔 남-남 가정 가운데 단 하나도 깨어진 곳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테이시 박사는 게이 커플 가정이 굳건히 유지되는 주된 요인으로 ‘자기 선택’을 꼽았다.
그녀는 “여성 없이 남성만으로 자녀를 둔 가정을 꾸리기란 대단히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입양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게이 커플은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UCLA의 윌리엄스 연구소에 따르면 자녀를 둔 게이 커플은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났다. 오늘날 자녀를 키우는 동성커플은 10만쌍을 웃돈다.
이들과 함께 사는 아이들의 수는 미혼 동성애자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 200만명에 가깝다. 18세 미만 어린이 37명 가운데 한 명이 동성애자 밑에서 크는 셈이다.
동성 부모 증가는 16개 주의 동성결혼 합법화로 연결된 ‘결혼평등 운동’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자 자연스레 입양정책도 완화됐다.
2009년 기준으로 동성 커플 중 19%가 자녀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0년의 10%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게이 부모는 전통적인 남녀 커플에 비해 자녀를 입양할 확률이 네 배나 높을 뿐 아니라 위탁자녀를 맡아 키울 가능성은 무려 여섯 배나 높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혈육을 두고 싶은 마음이 없을 리 없다. 남-남 커플의 경우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생물학적 자녀를 두기 힘들다. 아무래도 이 면에 있어서는 케이 커플보다는 레즈비언 부부가 유리하다.
레즈비언 커플이 키우는 아이들은 대부분 ‘동성부부’ 가운데 한 명이 기증받은 정자를 이용해 낳은 친자식이다.
슐티-웨이저 부부는 이전에 한 번 헤어졌다가 재결합했다. 파경을 맞은 후 웨이저는 LA에서 홀로 지냈다.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일에 대한 집착은 피로감을 더할 따름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다. 생각 끝에 그는 지난 2000년 3월 입양전문 변호사를 만났다. 그리고 그해 6월 신생아 줄리가 그의 딸이 됐다.
몇 개월 뒤 슐티가 잡담을 나누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기를 통해 줄리의 목소리를 들은 슐티는 웨이저에게 “한 번 만나자”고 제안했다.
재결합에 성공한 웨이저는 “사실 줄리를 슐티를 낚기 위한 미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둘은 말리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재출발했다.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네 명의 사내아이와 두 명의 계집애가 슐티-웨이저 가정에 잇따라 합류했다. 두 딸은 친 자매였다.
웨이저는 “추가 입양을 포기한 것은 빈 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오히려 관리가 수월하다”며 “저희들끼리 놀고 알아서들 방 정리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들 중 두어 명은 학습장애자다. 과거 아이들의 친모가 임신 중 무슨 약을 복용했는지도 찜찜하고 늘 불안하다.
아이들의 피부색이 다른 것 역시 동네 사람들의 뒷담화를 낳는다. 하지만 웨이저와 슐티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반 타스나 둔 우리야 말로 행운아”라며 남-남 부부는 사이좋게 웃는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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