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½(별5개 만점)
이 중국영화는 ‘물’영화로 첫 장면은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있는 코인으로 작동되는 자동샤워장에서 한 남자가 샤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인간 카워시’ 장면은 대뜸 시내 후진동네에 있는 대중탕 청수지의 수증기 가득한 욕실장면으로 전이된다. 현대사회와 전통의 급격한 대조다.
인간의 외면을 세척해 주고 또 생명 유지의 근본이 되는 물의 의미와 중요성을 밑으로 깔고 부자간의 갈등과 화해, 가족의 중요성 그리고 현대문명에 밀려나는 전통을 심각하고 쓰라리면서도 매우 코믹하게 그린 좋은 작품이다.
리우(주 수)씨가 주인 청수지에는 매일 같이 온갖 형태의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목욕하고 마사지 받고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 노인들인 이들은 장기 두고 차 마시고 귀뚜라미 싸움을 시키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뿐 아니라 서로들 자신의 문제와 고민 등을 털어놓으며 조언과 위로를 받는다. 드문드문 젊은 손님들도 있는데 그 중에서 배꼽빠지게시리 우스운 사람은 돼지 멱따는 소리로 ‘오 솔레 미오’를 부르는 살이 토실토실 찐 청년. 이 청년은 동네 문화잔치에 나가려고 이 노래를 맹연습 중인데 묘하게도 샤워할 때만 노래가 나오지 물이 끊어지면 갑자기 노래가 중단된다(물이 가진 영감과 신통력을 상징하는 것 같다).
또다른 비교적 젊은 손님은 중년의 공처가. 이 공처가는 청수지를 악을 쓰며 공격하는 아내로부터의 피신처로 삼는데 아내의 공격으로 어깨뼈가 탈골돼도 리우씨를 찾아와 치료를 받는다. 리우씨는 또 이 공처가의 결혼및 섹스 카운슬러 노릇도 하는데 말하자면 리우씨는 동네 커뮤니티 센터의 장인 셈이다.
어느 날 청수지에 오래전 집을 떠나 남쪽에서 성공한 장남 다 밍(푸 쿤신)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다 밍은 정신박약자인 동생 어 밍(지앙 우)이 보낸 아버지의 죽어 있는 모습을 그린 엽서를 보고 황급히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멀쩡히 살아서 열심히 목욕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 밍은 아버지의 직업을 업신여겨 집을 떠났고 성공해서도 가족을 안 찾던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 이런 다 밍이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고 또 아이처럼 순진한 동생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기면서 귀가 일을 늦추게 된다. 그리고 그의 가족에 대한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물이 매개체라 해도 좋다) 다 밍은 목욕탕의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를 수용하게 된다.
매우 감상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장 양 감독(공동 극본)은 감상성을 절제해가며 다루고 있는데 영화가 감상적이 될 것같은 순간에 청수지 손님들의 갖가지 모양과 행동 그리고 다른 에피소드로 교체, 감정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장감독은 플래시백과 환상적인 장면까지 섞어가며 영화의 정신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특히 좋은 것은 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지난해 LA서도 상영된 ‘가면의 왕’에 나온 베테런 배우 주 수의 가을곡식처럼 무르익어 겸손한 연기와 주 수의 거의 무표정한 모습 그리고 지앙 우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영화를 튼튼하게 이끌어간다. 모두들 청수지에 들러 마음의 때를 씻기를 권한다. 등급PG-13. Sony Pictures Classics.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 콜로라도(패사디나). 사우스 코스트 빌리지(오렌지 카운티).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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