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과 멜로디가 알록달록 곱기도 해라. 천사같은 순결미를 지닌 카트린 드뇌브의 앳된 모습과 미셸 르그랑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이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뮤지컬은 어찌나 깨끗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운지 이 세상 얘기같지가 않다. 빨강, 분홍, 노랑, 초록과 파랑을 비롯해 희고 검은색까지 온갖 색깔들이 화면 위에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을 듬뿍 짙게 그리는데 그것을 보노라니 온몸에 색깔들이 알록달록 묻어난다.
드뇌브의 노랑셔츠와 금발 그리고 금발을 맨 검은 띠에서부터 우산가게 내부와 아파트의 벽지에 이르기까지 온통 색깔들이 불을 뿜는 것같아 현기증이 난다.
프랑스 누벨 바그의 기수중 한 사람인 고 자크 데미가 쓰고 감독한 이 오페레타는 1964년에 개봉돼 칸영화제서 대상을 탔다. 특이한 점은 배우들의 대사가 전부 노래로 불려진다는 것이다. “이분의 벤츠를 좀 봐드려”라든가 “다 됐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조금 더 기다리세요”라는 대답 등이 모두 멜로디가 붙은 낭송식으로 노래 불려진다. 좀 어색하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의 환상적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하겠다.
로맨틱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극처럼 영화는 3막으로 진행된다. 르그랑의 달콤쌉쌀한 음악이 흐르면서 카메라가 비가 내리는 항구도시 쉐르부르의 길거리 위로 높이 올라가 밑을 지나가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우산들을 아래로 내려찍은 메인타이틀 장면부터 곱고 환상적이다.
제1막 ‘출발’
아직 10대인 아름다운 즈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는 작은 우산가게를 경영하는 미망인 에메리(안 베르농)의 외동딸. 즈느비에브의 애인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미케닉으로 일하는 잘생긴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기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줌마 엘리즈(미레유 페레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아줌마를 알뜰히 돌봐주는 처녀가 얌전한 마들렌(엘랑 파르네르).
서로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즈느비에브와 기의 로맨스는 기에게 징집영장이 날아들면서 이별의 아픔을 맞게된다. 즈느비에브는 기가 떠나기 전날 사랑의 징표로 자기를 기에게 준다. 기가 떠나는 날 즈느비에브는 역카페에서 ‘당신이 어디에 가시든 저는 당신을 기다리겠어요’라고 다짐한다. “아이 윌 웨이트 포 유”라는 유명한 노래다.
제2막 ‘님의 없음’
기를 태운 기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기적소리를 요란히 울리면서 즈느비에브를 멀리 밀어놓고 떠나간다. 음악은 애간장을 태우고. 즈느비에브는 기의 아기를 임신하는데 기에게서 편지가 오지를 않아 큰 시름에 빠진다. 한편 에메리는 즈느비에브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다이아몬드상 롤랑(마르크 미셸)을 딸의 신랑감으로 적극 권유한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더니 즈느비에브는 롤랑의 청혼을 수락한다.
제3막 ‘귀향’
귀향한 기는 즈느비에브를 못잊어 늘 상심에 젖어있다. 아줌마가 사망하면서 마들렌도 떠나려하자 기는 그녀가 자기를 사랑해 왔음을 깨닫는다. 기는 마들렌과 결혼, 아줌마의 유산으로 주유소를 차린 뒤 아들까지 낳고 행복히 산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밤 주유소 앞에 고급 승용차가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즈느비에브. 차안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는데 기를 똑닮았다. 기와 즈느비에브는 인사말만 몇마디 나눈 뒤 작별한다. 기는 나들이 갔다 돌아온 마들렌과 아들을 따뜻이 포옹한다.
이야기는 약간 빈약하지만 때로 우울하면서도 가슴아픈 낭만적이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꿈꾸듯 즐겁다. 비디오로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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