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업 및 금용 구조조정에 대해 일본 중앙은행은 무이자 정책이 기업 경영 결정에 득보다 해가 많았다고 보는 듯 하다. 그 이유는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에서는 부실회사들이 폐쇄결정을 미뤄도 문제없다고 판단하며 투자나 정리를 더욱 지체할 것이라는, 일견 불투명한 논리에 근거한 듯하다. 예를 들면, 마땅히 파산해야 할 기업조차도 무이자 자금이라면 이를 써가며 끝까지 버티겠지만 0.25%라도 이자를 지급해야한다면 그 부담 때문에 파산을 앞당기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상 운영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종전에 없던 이자 부담이 새로운 비용 요소로 더해진다는 사실은 무시해도 될까?
유럽
1999년 1월1일 새로운 유럽화폐로 등장한 유로(euro)화는 당초 예상과는 크게 엇갈린 길을 걸어왔다. 출범이후 1년8개월만에 25%나 가치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그 추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정책 당국자를 크게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유럽 중앙은행이 4.5%로 금리를 인상한 가장 중요한 취지 가운데 하나는 유로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원유 등 수입품 가격앙등이 유럽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금리인상이 경제성장 완화를 불가피하게 한다면 부작용이 병 치료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특히 유로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의 근본 요인이 유럽자본의 유럽 기피증에 있다고 한다면 미국으로의 자본도피는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유로화 약세현상은 더욱 악화되며 악순환에 깊게 빠질 우려마저 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중앙은행의 목표인 2%를 넘어 2.4%에 이르고 있으나 유류가격 인상이 그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류가격이 앞으로 하락한다면 유럽의 물가 상승률도 2%이하로 떨어질 여지가 많이 있다.
유로화 가치 절하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경제가 유럽경제보다도 훨씬 건전하며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유럽 자본이 대거 미국으로 몰리는 데에 있다. 유로화 등장 이후 지금까지 2천억대 이상의 유로화가 유럽을 떠난 것으로 보도됐는데 그 중 대부분은 미국에 직접투자 하거나 미국의 주식 및 채권 구입에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유럽의 또 다른 근원적인 문제는 지역 내 국가간의 성장률 격차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유럽연합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인 독일의 작년도 경제성장률은 2%에도 못 미쳤으나 아일랜드는 5%를 초과했었다. 각국간의 상이한 인플레이션 속도도 유럽 중앙은행으로서는 큰 골칫거리다.
미국이 이번에 내린 금리정책이 순풍을 탄 경제전반에 대한 자신감의 조심스러운 표현이라고 한다면 일본과 유럽의 새 금리정책은 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한 고뇌의 흔적이 역력한, 극히 대조적인 상황에서 채택한 고육지책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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