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으로 가는 길>
▶ 올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
`그가 이 길로 걸어왔고, 이 길에서 그를 기다리고 훔쳐봤습니다. 아이들은 글을 배우고 이 길을 지나 집으로 갔습니다.
그가 보고 싶어 얼마나 이 길 위를 서성였던가요. 이 길 위에 내 젊은 날의 설렘과 기쁨, 기다림과 사랑이 있습니다. 이제 그 삶을 마감하고 먼저 이 길을 떠납니다. 세상의 길은 끝이 없어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겠지요.’
아버지 창위(청하오)는 그 길로 산골마을로 왔다. 마을 처녀 중 가장 예뻤던 어머니 쟈오디(장쯔이)는 그 길 옆에서 마을 학교 첫 교사로 부임해 오는 그를 몰래 봤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그때부터 쟈오디의 마음속에는 오직 그 뿐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는 그를 보기위해 일부러 그 길을 지나갔다.
그와 마주치려고 집 가까운 우물을 놔 두고 먼 길을 걸어 학교 옆 우물로 물을 기르러 갔다.
그 길 위에서 사랑은 커지고, 그 사랑에 기뻐하던 어머니. 그 길을 따라 경찰서로 끌려가 소식이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눈보라에 지쳐 그 길 위에서 쓰려진 어머니.
아버지가 선물로 주고간 머리핀을 잃어 수십번 그 길을 더듬었던 어머니. 그러나 끝내는(2년 후) 그 길을 따라 아버지는 다시 왔고, 둘은 40년을 해로했다.
그 아버지가 죽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마을까지 아버지 시신이 담긴 관을 옛날 전통대로 걸어서 운반하자고 고집한다. 도시에서 온 외아들 여셍(쑨홍레이)은 난감해 한다. 청년들이 모두 떠나간 산골, 그 엄동설한에 누가 그 일을 한단 말인가.
착잡한 마음으로 아들은 빛 바랜 부모의 결혼사진을 본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사랑, 결혼, 삶을 회상한다.
그제야 아들은 알 것 같았다. 왜 어머니가 아버지의 마지막 `집으로 가는 길 (원제 我的父親母親)’ 을 그렇게 해주고 싶은지.
단순히 `죽은 자가 집으로 오는 길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는 전통장례가 갖는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무수한 인생들이 길을 지나간다. 그리고 길은 그 지나간 자들에 의해 천가지 모습으로 살아난다. 길에는 지나가버린 것들, 다시 못 올 것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장이모 감독도 돌아온다. 도시화, 산업화로 모두 사라진 아름다운 전통과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을 그는 그리워 한다.
길은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고 시골에 코카콜라가 들어왔지만 그 길로 나간 청년들을 따라 작고 아름다운 것들도 사라졌다.
장이모 감독은 그것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난해 `책상서랍속의 동화’ 에서부터 그랬다.
이념의 도그마가 물러난 자리를 자본주의 물결이 차지해고 있기에 그는 더욱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1950년대 중국 산골 남녀의 연애감정을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표현한 장이모의 재주도 재주지만, `와호장룡’에도 나왔던 장쯔이의 곰살맞은 연기도 일품이다. 궁리의 신인 시절이 그러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다.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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