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룰라, ‘관세엔 맞불 관세 부과’ 법적 근거 마련…업계와 연쇄 실무회의 예고
▶ 셰인바움 “8월 1일 전 합의 기대…마약 차단, 미국도 자기 책임 다해야”

브라질 룰라 대통령[로이터]
중남미 지역 양대 핵심 국가로 꼽히는 브라질과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예고에 '닮은 듯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두 나라는 공히 주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앞세우면서도 미국과의 교역 비중과 트럼프 '요구 사항' 등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최적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부는 자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50% 관세 부과에 따른 업계 피해를 추산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 의제 및 논의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기업인들과 실무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고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제라우두 아우키밍 부통령은 이날 G1과 폴랴지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에 "15일부터 진행되는 해당 회의에는 항공과 농업 등 미국과 가장 밀접하게 교역하는 산업 분야를 비롯해 브라질 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 측 역시 초청 대상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관세 조처로 브라질 내 미국 기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우리는 5월부터 트럼프 정부에 관세 협의를 위한 우리의 제안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회의에서 룰라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협상 범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한편, 미국과 협상이 잘 안돼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예상되는 충격파' 등에 대해 이해를 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룰라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일요일인 지난 13일 각료 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단호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협상 의제와 관련해 "사법부 독립성을 포함한 브라질 주권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에 "어떠한 공간도 내주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G1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로 공개한 서한에서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불공정 무역" 외에도 브라질 내에서 진행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트럼프와 닮은 정치 스타일을 고수하는 보우소나루는 룰라의 최대 정적이다.
트럼프가 대놓고 다른 나라 재판 상황을 문제 삼아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건 브라질 외엔 없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브라질 국민의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미국의 내정 간섭 가능성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관세를 강행할 경우 보복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브라질 입법·사법·행정부 내 분위기 역시 '협상을 통한 긴장 완화'를 우선순위로 두면서도 "20여년 전과 달리 전체 교역에서 미국 비중이 작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룰라 '항전 의지'에 이견을 내지 않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대미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불과하다"며 "미국 없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브라질의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은 902억 달러(124조원 상당)에 이른다. 이 기간 내내 브라질은 미국을 상대로 적자를 기록했다.
G1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해도 치명적이진 않다는 게 정부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경제호혜주의법과 관련, 외국의 조처로 브라질 경제에 피해를 주는 사례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준을 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다고 브라질 대통령실이 전했다.
'맞불 관세 부과'에 대한 추가 법리 근거를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 규정의 효력은 15일 관보 게시 즉시 발생한다고 브라질 당국은 부연했다.
'마약 펜타닐 밀매 차단 부족'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함께 30% 관세 부과 예고 서한을 받은 멕시코 역시 "주권 침해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면서도 협상을 통한 합의에 더 주력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펜타닐과의 전쟁에서 우리 몫은 다 했고, 미국도 그들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안보 사안에 대해 매우 중요한 진전이 있는 만큼 8월 1일까지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멕시코 정부는 경제부·외교부·재무부·보안부·에너지부 대표단과 미국 측 카운터파트로 이뤄진 실무진 협상팀이 상호 필요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고용 안정과 무역 흐름 유지 및 멕시코의 미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비롯한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전 세계 블록경제 통상 질서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발효(2020년 7월 1일)를 계기로 양국 상품·서비스 교역을 늘리며 상호 의존도를 높여 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홈페이지를 보면 멕시코 입장에서 수출품 80%는 미국으로 향했으며, 수입품 40% 이상은 미국에서 들여왔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약 8천399억 달러(1천162조원 상당)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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