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하드코어의 정상인 래퍼 에미넴(Eminem)과 록그룹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조인트 순회공연은 ‘금세기 다시 보기 힘든 공연’으로 평가된다.
인기 장르의 정상급 뮤지션들이 한자리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백인’의 쉴새없이 쏟아내는 분노와 욕설, 울분이라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유럽의 전원도시처럼 단아하고 평화로운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로즈가든 공연장은 4층 2만개의 객석, 70m의 천장에 앞뒤 30m가 넘는 무대로 이 역사적인 공연을 뒷받침했다. 14일 오후 7시 로즈가든에는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과 소매없는 셔츠, 탱크탑을 입은 1만 5,000여명의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코와 입, 눈썹에까지 피어싱을 하고, 새까맣게 문신을 새긴 무리들이 심심찮게 섞여 있는 이들은 온통 백인 일색이었다. 이들은 밀폐된 공연장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 대는 등 ‘슬램 파티’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막은 록그룹 ‘파파로치’가 열었다. 올해 데뷔했지만 8월 빌보드 모던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은 그 폭발력을 인정한 림프 비즈킷에 의해 특별히 오프닝 그룹으로 발탁되었다.
리더 코비 딕은 서너 번이나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는, 신인다운 열정적인 무대매너를 과시했다.
이어 등장한 에미넴의 무대는 세팅부터 ‘삐딱한’느낌을 풍겼다. 지붕이 폭파된 실물 크기의 집에서 그는 3집 히트곡 ‘The Way I am’ ‘Criminal’등을 부르며 쉴새 없이 자유자재로 욕설을 쏟아냈다. 성기 모양의 풍선과 고기, 생선 등을 쉴새없이 ‘갈고’ ‘토막 내는’ 뮤직비디오까지 동원되었다.
어머니 분장을 하고 나온 한 래퍼는 술에 잔뜩 취해 다리를 벌리고 눕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공연장의 젊은이들은 일제히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Mother Fuck up’ ‘Asshole’ 등의 상소리들을 외쳐 댔다.
하지만 이 공연은 서막에 불과했다. 거대한 로봇이 쏟아지는 연막과 함께 분리되는 무대로 시작된 림프 비즈킷의 공연은 앞의 열기를 압도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신들린 듯 질주하는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의 연주와 더불어 보컬 프레디 더스트의 카리스마는 거창한 헤드뱅잉이 아닌 손짓 하나로도 관객을 좌지우지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My Generation’ ‘Lookie’등 전곡을 따라 불렀고, 스탠딩석에서는 사람을 번쩍 들어올려 헹가래치듯 머리 위로 굴리기도 했다.
이런 열광은 정교한 무대장치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매 곡마다 전반부가 끝나며 관객의 긴장이 높아갈 무렵, 프레디의 샤우트창법과 동시에 공연장이 무너질 듯한 화포와 얼굴까지 화끈해질 정도의 화염이 터졌다. 공연의 상당 부분은 서태지의 컴백무대를 연상케 했지만, 그 강도와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욕설과 흥분이 뒤섞인 이 공연은 네 시간 넘게 지속되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미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배설적 쾌감의 표현이자 이제 거의 모든 장르를 평정한 백인들의 축가이기도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