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에 등재된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는 남다른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웬만한 재능이면 마무리할 수 있는 고만고만한 영화가 아니라 크고 깊은 영화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그러나 데뷔작이 곧 최고작이자 은퇴작이 되는가 하면 작품의 높낮이가 심해 재능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 감독 휴 허드슨은 <불의 전차>(81)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영국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40살이 넘어 발표한 데뷔작인 <불의 전차>는 스포츠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반젤리스의 음악은 스포츠 영화의 고전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후에 발표한 고전적 타잔물인 <그레이스톡 타잔>(84), 미국 혁명을 민중의 입장에서 그린 <알파치노의 대망>(86)은 실패한 대작으로 꼽힌다.
청소년의 빗나가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교사 이야기인 <거리의 청춘>(89) 이후 우리가 만나게되는 휴 허드슨의 영화는 <꿈꾸는 아프리카 I dreamed of Africa, a true story>(12세, 콜럼비아)다.
<꿈꾸는 아프리카>는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시드니 폴락의 작품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한다. 이탈리아 여성 쿠키 갈만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는 아프리카 정착기이자 사랑 영화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나 서정성, 이야기 전개, 연기에 있어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넘어서지 못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도 영화사에 명작으로 기록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나, 미지의 대륙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던 서양 여성의 정착 실패에 로맨틱한 사랑을 버무려 관객의 호응이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꿈꾸는 아프리카>의 여주인공은 아프리카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는 최악의 불운에 처하지만 그 처지를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동기가 사치스럽고 과정도 치열하게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돌아갈 저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낯설고 척박한 땅에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가.
아마 이런 불일치는 남자를 유혹하는 매혹적이고 미스터리한 여성으로 분하는게 더 적절한 킴 베이싱거라는 배우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꿈꾸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것은 위에 언급한대로 휴 허드슨 감독에 대한 미련과 아프리카는 커녕 동남아 정글도 가보지 못한 보통 사람의 단조로운 일상을 틔워주는 대륙의 모험이 있기 때문이다.
벽화로 장식된 호화로운 침실이 있는 전원 주택에서 눈을 뜨는 쿠키(킴 베이싱어). 친구들과 함께 베니스의 가면 축제에 갔다오는 길에 당한 교통사고는 파올로(벵상 페레)와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이혼 후 아들과 함께 고독하게 살아가던 쿠키는 파올로로부터 큰 위로를 받게 되고 아들 역시 파올로를 아버지처럼 따른다. 어머니(에바 마리 세인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여 아프리카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쿠키.
친구들과 사냥을 다니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남편 때문에 집안 일과 농장 경영은 쿠키의 몫으로 남게된다. 낯선 땅에서 더 큰 고독과 대면하며 삶의 터전을 일구워가는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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