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는 참 특이한 가수다.
스타급 가수들의 컴백이 쏟아지면서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오락 프로에까지 등장하여 자신의 건재를 알리지만, ‘이소라의 프로포즈’주인격인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마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곡 부르기를 꺼린다.
’대인기피증’이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그는 낯을 가린다.
’이소라의 프로포즈’200회 특집방송에서조차 그를 제대로 만나기 힘들었다. 그는 무대 뒤에서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슬그머니 종적을 감췄다. 왜일까.
모든 것을 ‘음악’으로 이야기하려 한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행적이 이해된다.
4집 ‘꽃’은 철저히 이소라다운 앨범이기 때문이다. 3집에서 일렉트릭 기타와 거친 포효로 잠시 록의 외도를 택했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돌아왔다. 의외의 변신에는 ‘배경설명’이 있어야겠지만, 본모습을 찾아 돌아온 데는 말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소라에게는 발라드니 댄스음악이니 하는 구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영역이 있다.
’청혼’같은 경쾌한 보사노바의 리듬에 특유의 콧소리를 멋진 그루브로 실어내는 노래는 그만이 할 수 있다. ‘꽃’에는 이전의 분노와 포효 대신 사랑스러운 보사노바와 재즈로 가득차 있다.
그는 김광진 이승환 김현철 김동률 등의 곡을 본인이 부를 때보다 더 맛깔나게 살리는 재주를 가졌다. 이번에 이소라가 택한 프로듀서는 김현철이다. 세련된 부드러움과 간결함을 갖춘 김현철의 보사노바 편곡은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이소라의 신비스러운 보컬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프랑스어 내레이션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랑데부’는 흩날리는 눈꽃이 묻어나는 듯 아름답다. 사랑을 시작하는 따뜻하고 들뜬 보사노바 리듬에 실은 이별가 ‘Bye-Bye’, 풍성하고 흥겨운 브라스섹션의 ‘너에게 나를 바친다’는 우아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는 가끔 직접 쓴 가사에서 성(性)을 주제로 음산한 독기를 뿜어내곤 한다. ‘달이 한숨 쉬는 이상야릇한 밤/ 살을 포옹하는 병든 영혼의 밤./분에 짓눌린 목덜미./혀에 감기는 채찍질’(’Tatoo’중)
나이답지 않게 짙은 소울감과 파워를 겸비하여 이제는 ‘제2의 임재범’이라는 호칭을 훌쩍 넘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가수 박효신도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It’s Gonna Be Rolling’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소라의 끈끈한 호소력이 박효신의 카리스마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이소라는 흔히 이은미와 더불어 ‘여성이 좋아하는 가수’로 수위에 꼽힌다. 아름답고 슬프고 때로는 음산하고 귀기 서린 ‘사랑’의 다양한 색깔을 그만큼 잘 담아내는 가수가 흔치 않다. 지난 앨범의 ‘핏빛’을 벗어나 그가 이번에 고른 사랑의 색깔은 연분홍 혹은 오렌지이다. 왜 그런지는 그만이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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