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20대 한인여성이 프리웨이에서 3중 충돌 사고를 일으켜 전화로 남편에 알렸다. 현장에 달려온 남편 역시 얼근하자 경찰은 부부 모두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주 실제로 LA에서 일어난 블랙 코미디 같은 이 사고를 전한 신문기사를 읽고 아연실색한 가운데서도“과연 연말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은 할러데이 시즌 겸 샤핑 시즌이면서 애주가들에겐‘드링킹 시즌’이기도 하다.
한인사회는 본국이든 해외이든‘술 권하는 사회’로 유명하다. 모이면 반드시 술을 마셔야하고 권하는 대로 잔을 비워야 통큰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시애틀 한인회 송년잔치인‘아리랑의 밤’행사를 위해 필리핀 회관을 임대할 때 민족적 자괴심보다‘음주 허가가 나지 않은 장소’라는 점이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정도였다.
한국에선 매년 3조억원 어치의 술이 팔린다. 맥주만 27억 병이 팔리는데 이 병들을 한 줄로 세우면 서울-부산을 2백30번 왕복할 수 있다. 미주 한인들 역시 대단한 애주가들이다. 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술꾼들 중 71%는 3일에 한번, 29%는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번 꼴로 마시며 4명 중 한 명은 폭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2세들도 잘못된 음주문화에 오염된 듯하다. 미시간대의 한 한인학생은 자기 나이만큼 술잔을 기울이다 죽었고 MIT의 한인 신입생도 환영회에서 선배들의 강요로 맥주와 럼을 섞은 폭탄주를 마신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나흘 뒤 죽었다.
인류 문화는 음주 문화와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나라나 민족마다 고유의 술을 갖고 있다. 술을 찬미한 시도 많고‘드링킹 송’(권주가)도 많다. 그러나 술의 폐해에 대한 경구도 마찬가지로 많다. 허 준의‘동의보감’은 술을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과음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서양에도‘술잔은 작아도 빠지면 죽는다’거나‘술은 들어가고 망신은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의 지성 임어당도“얼근할 정도로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라고 했다.
술의 가장 큰 폐해는 역시 교통사고다. 90년 설날의 경우 미 전국에서 128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그 중 79명이 음주운전 때문이었다. 하버드대학이 최근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자신을‘폭음족’으로 분류했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20세이상 성인 1만2천명 중 68%(남83%, 여 55%)가 술을 마신다고 응답, 음주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말연시에 술자리를 피하기가 힘든 사람들에게는 먼저 배부터 채우고 마실 것, 폭탄주를 삼갈 것, 천천히 마실 것, 잔을 돌리지 말 것, 흥겨운 기분으로 마실 것 등 음주수칙을 꼭 지킬 것을 권한다.
술에까지 죽기 살기로 도전적일 필요는 없다. 술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술을 즐기는 문화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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