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들국화 헌정앨범 나와
▶ 이은미 신해철 등 참여
깔끔한 엘리트적 면모의 최성원과 퇴폐주의의 기수 전인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또 불행이었다.
두 사람은 "다신 만나지 않겠다"며 스무 번도 더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이런 갈등과 화해, 그것이 바로 ‘들국화’의 생육 조건이었는지도 모른다.
1985년 첫 앨범을 정말 ‘사건’ 처럼 발표한 후 아직도 지지않는 들국화의 성장 조건은 바로 그런 시들지 않는 열정이었다.
몇 건의 트리뷰트 앨범은 ‘엉뚱한 인기 가수들의 노래방 버전’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기념해야 마땅할 아티스트에 대한 헌정 작업의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못한다. ‘들국화’에게 뭔가를 바친다는 것은 당연하다.
평론가 강헌씨는 "팝송의 대척점에 있는 ‘천박한’ 가요의 새로운 평가 기준을 세웠으며, 동시에 밤무대가 종착역이었던 밴드들에게 ‘뮤지션’으로서의 길이 가능함을 공지한 그룹"이라고 평가한다.
들국화의 노래는 최성원과 전인권의 성격 차이 만큼이나 음악적 색채가 다양하다. 소름이 끼칠듯 포효하는 전인권의 보컬은 ‘행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랑한 후에’ 처럼 좌절한 청춘의 표상같이 느껴지는 반면, ‘매일 그대와’ ‘제주도의 푸른 밤’ 같은 최성원의 노래는 암울한 현실을 달콤한 꿈으로 잊어보려는 몽상가의 노래와도 같았다.
이런 성향으로 하드록, 록발라드, 포크록,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음악적 변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들국화의 대표곡 ‘행진’은 이미 ‘그것만이 내세상’ ‘돌고 돌고 돌고’ 를 리메이크했던 윤도현밴드가 모던록 스타일로 불렀다.
권인하와 박효신의 이 어울릴법하지 않은 콤비의 ‘그것만이 내 세상’은 앨범의 가장 백미로 꼽힌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들국화 헌정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다 엉겁결에 음반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평론가 강헌씨는 "지난해 나온 가수 중 노래를 가장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렇게 노래를 잘 할 줄은 몰랐다"며 박효신의 솜씨를 칭찬했다. 권인하의 좀 허탈한 목소리와 박효신의 격앙된 보컬의 절묘한 조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그 독특한 감수성을 21세기 버전으로 전달한다.
크라잉넛의 재미있는 로큰롤로 부활한 ‘세계로 가는 기차’, ‘악마적인 발라드’로 표현되는 ‘사랑일 뿐이야’는 이승환의 웅장한 대곡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은미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동물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 언니네 이발관의 ‘사랑할 수 있도록’, 신해철의 ‘사랑한 후에’를 듣는 맛은 각별하다.
헌정앨범 참여 가수가 1부를, 들국화가 2부를 마련하는 멋진 콘서트는 14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련된다. 1588_7890
<사진> ‘들국화’에 바치는 헌정앨범과 공연은 21세기 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왼쪽부터 최성원 전인권 주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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