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멘토’(Memento) ★★★★(별5개 만점)
괴한에게 아내가 강간 살해된 남자가 복수하기 위해 범인을 찾는다는 내용에서 이 영화는 또 하나의 평범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른 스릴러와 달리 기발나게 똑똑하고 흥미 있는 점은 이야기 진행방식이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데 있다.
그냥 단순히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결말을 잠깐 비춰 보인 뒤 현재에서 여러 개의 챕터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과거로 역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매 챕터의 현재들이 중복되고 있다.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날카롭고 단단하며 영리하고 멋있는 필름 느와르인데 드문드문 유머가 섞여있고 또 감정도 스며들어있다.
극단적인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영화로 시간과 인물을 놓고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한번 봐서는 절대로 내용을 다 흡수 이해 못할 작품이어서 관객의 두뇌와 관찰력에 대한 도전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 레니(가이피어스)가 누군가를 총으로 쏴 죽이면서 장면은 싸구려 모텔 방에서 잠에서 깨어난 초췌한 레니에게로 전환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노크롬 화면 속에 레니가 누구에겐가 계속해 전화를 하는 챕터장면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레니가 무엇 하는 사람이며 또 누구를 찾고 있으며 그리고 무슨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레니는 괴한에게 겁탈 당하는 아내를 구하려다 머리를 다친 후 바로 조금전의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이 됐다(코르사코프증후군이라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죽어 가는 아내의 모습으로 그 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나 그 후의 일은 바로 조금 전의 것도 기억 못한다.
보험수사관이었던 레니는 복수를 위해 범인을 끈질기게 찾으면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놓고 또 온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는다. 그를 돕는다는 사람이 언더카버 형사로 재잘대는 야바위꾼 스타일의 테디(조 판탈리아노) 레니는 테디를 만날 때마다 그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보고 확인하는데 사진 뒤에는 "그의 거짓말을 믿지 말아라. 그가 범인이다. 그를 죽여라"라는 글이 적혀 있다.
그리고 레니는 바텐더인 나탈리(캐리-앤모스)를 알게 되면서 드럭 딜러들인 다드와 지미 또 테디가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니가 확인용으로 찍어둔 나탈리 사진의 뒷면에는 "나탈리도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다. 그는 너를 동정해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들 외에도 레니의 회상을 통해 그가 보험금 지급 문제로 조사를 받았던 새미 잰키스의 얘기가 계속해 나오는데 과연 새미는 존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레니의 환상 속 인물인가.
기억의 불확실성과 진실의 다양성을 묻고 있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인데 레니가 찍고 적어놓은 사진과 노트의 신빙성마저도 의심이 간다. 그리고 레니의 불확실한 기억 때문에 테디와 나탈리가 과연 레니의 친구인지 아니면 적인지도 애매모호하다.
매우 혼란스러운 영화지만 지적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자극시키는 비상한 작품이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가이 피어스(’L.A. 칸피덴셜’)의 고통하면서 아이로니컬한 연기가 탄탄한 근육질 연기다.
각본(올해 선댄스 영화제서 수상)과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30). 크리스토퍼 동생 조나단의 단편이 원작.
등급 R. Newmarket.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타운센터4(714-751-4184), 리알토(626-799-9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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