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선까지 바꿔 주었다. 고교생 시절의 주인공 4명은 그 복잡한 자갈치 시장, 범일동 뒷골목과 굴다리 시장, 영도공원을 마음대로 질주했다.
상인들은 부딪쳐 넘어지고, 수산물이 길거리에 나뒹굴었다. 범일동 국제호텔 앞 도로는 3일간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도 시민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 뿐 아니다. 부산고는 동수(장동건)가 쇠파이프로 학교 유리창을 마구 깨뜨리는 폭력을 흔쾌히 허락했다. 곽경택 감독의 모교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친구’(31일 개봉)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만들더라도 어설펐을 것이다.
서운하고 미안한 감정을 툭툭 털어버리는 "개안타, 우린 친구 아이가" 란 준석(유오성)의 한마디, 우정과 폭력을 더 뜨겁고 격렬하게 하는 투박한 사투리와 거친 바다, 밤의 환락이 뒤섞인 특유의 도시정서.
’친구’는 그 정서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현장이 있었기에 가슴 뭉클한 남성영화가 됐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부산’이 됐으며, 부산판 ‘모래시계’ 가 될 수 있었다.
국제영화제를 가장 먼저 연 부산은 겉만 아닌 속도 ‘영상도시’ 가 되려고 애쓴다.
’부산영상위원회’를 조직해 제작비를 지원하고, 촬영에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 ‘리베라메’는 낡은 아파트를 화재현장으로 썼고, ‘천사몽’은 부둣가를 활극장으로 이용했으며, 촬영 헬기가 자유로이 부산 상공을 날수 있다. 지금도 ‘나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부산 이야기’ 등이 촬영중이다.
한국영화의 절반이상이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 중에는 ‘친구’ 처럼 꼭 부산이어야 하는 영화도 있지만, 촬영여건 때문에 부산을 선택한 작품도 있다.
우리나라 만큼 영화촬영 현장을 확보하기 힘든 곳도 드물다.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다고 자랑하고, 영화가 21세기 전략산업이라고 떠들면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 과시용 영화제나 열려고 하지 정작 영화 촬영에 대한 의식과 협조는 기대 이하이다.
군부대는 ‘보안’을 이유로, 경찰서는 "이미지가 나빠진다" 며 손을 내젓기 일쑤다. 겨우 허가를 받아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봐야 한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촬영이 안돼 수 억원 짜리 세트를 만들어야 했다. 좁고 복잡하지만 영화촬영을 위해서는 누구나 불편을 감수하고 기꺼이 협조하는 홍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들은 말로만 "’영화가 중요한 정신문화이고 문화산업" 이라고 떠들지 않는다.
물론 모든 영화가 좋은 문화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편없는 실패작도 나온다. 그런데 만약 그 실패가 촬영할 곳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다.
영화는 감독과 배우들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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