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아, 너무 빨리 나왔어. 한 템포만 늦춰서 다시 가자".
22일 오후 4시 충청남도 온양 민속마을의 야트막한 동산에서는 오는 4월 2일부터 방송될 SBS의 새 일일극「소문난 여자」(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 45분. 극본 박정란, 연출 성준기)의 촬영이 한창이다.
카메라가 담고있는 부분은 주인공 정님이가 어린 아이에서 16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성인이 되는 장면. 어린 정님이가 동산 한 가운데 자리한 굵은 소나무까지 걸어오면, 잠시 후에 그 나무에서 성인으로 변한 정님이가 등장한다. 14회 방송분이다.
성인 정님이역을 맡은 강성연(25)은 오늘이 첫 촬영. 의욕이 앞서는지 5~6차례의 NG끝에 어린 시절의 한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쓸쓸한 표정을 지어낸다. 지난 해막을 내린 SBS「덕이」에서 표독스럽기 그지없는 귀진이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던 강성연은 이번에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채, 내면의 강인함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여인으로 분한다.
"한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에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은 연기자로서 큰 영광이죠. 제 역할이 너무 큰 드라마라서 어깨가 무거워요."
「소문난 여자」는 46년부터 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 강성연은 지난 해의「덕이」에 이어 두번째로 시대극에 캐스팅됐다.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기 위해 현재 방영중인 한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도 고사했다는 후문. 진지한 연기자보다는 ‘깜짝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신세대 탤런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트렌디 드라마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큰 드라마에 출연할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죠. 또「덕이」를 찍으면서 느낀건데, 호흡이 긴 시대극을 한번 하게되면, 연기력이 부쩍부쩍 성장하더라구요."
술집작부부터 깜찍한 신세대 여성까지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했던 그이지만 김용림, 김미숙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다보니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단다. "선배들처럼 감정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힘들다"며 "집중력과 끈기를 더 길러야할 것 같다"고 겸손해한다.
그가 맡은 정님이는 집안의 반대로 김우진(박용하 분)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정병훈(손지창 분)의 후처로 들어가 온갖 고난을 겪는다. 그러던 중 이모의 도움으로 집을 뛰쳐나와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다는 것이 드라마의 골간.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채, 밝고, 진취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달라고 감독님에게 부탁했어요. 정님이가 바람직한 현대의 여성상을 제시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강성연은 지난 96년 MBC 25기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두 달 이상 드라마를 쉬어본 적이 없단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자신이 나온 드라마들을 꼼꼼히 모니터한 뒤, 새벽 3시께야 잠들 정도로 연기에 대한 의욕도 대단하다.
이런 그가 오는 6월초 또 한번의 새로운 변신을 꿈꾼다. 탤런트가 아닌 가수로 데뷔하는 것. 성악과 진학을 꿈꾸며 고등학교 3년동안 쌓은 노래 실력을 음반작업으로 펼쳐보일 계획이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맹연습에 들어갔는데 음반은 전반적으로 R&B를 지향한다.
"어느 무대에서든지 라이브로 노래할 생각이에요. 탤런트는 무조건 비디오형 가수라는 대중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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