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서 비열한 연기-’새머리 지식인’ 대명사 원성
그는 "뒤통수의 열이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 TV 드라마 <아줌마>의 주인공 ‘아저씨’ 강석우(45)의 머릿속엔 아직도 대사가 맴돌고 있었다. 방송이 끝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촬영 막바지 연일 계속되던 밤샘 촬영의 여파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식지 않았다. 드라마가 끝나면 곧바로 출연자의 모습도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강석우는 아직도 <아줌마>의 극중 배역인 ‘장진구’로 불린다. 길거리에서도 그렇고 그가 찾아간 음식점에서도 그랬다.
⊙ "주인공 중의 한명이라고 했어요."지난 해 10월 <아줌마>가 시작되기 전 장두익PD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캐릭터 비중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주인공 중의 한명. 눈에는 띄지만 그리 주목 받지 못하던 배역이었다.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연출자가 안판석PD로 교체되고 내용이 대폭 수정되면서. 아줌마 원미경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강석우가 보다 더 비겁하고 비열해져야 했다.
비록 극중이긴 해도 돈으로 교수직을 산다거나, 실력보다는 연줄에 의지하거나, 쥐뿔도 없으면서 상대적으로 못 배운 아내에게는 거들먹거리는 그의 모습에 원성이 대단했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강석우의 연기가 담고 있던 사회적 의미는 물론 그의 연기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도둑놈, 술집 여자 말고 뭐가 있었죠?"
강석우는 "제발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봐달라"고 말했지만 그는 최소한 ‘새머리(혹은 새가슴) 지식인’의 대명사로 ‘장진구’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영향’을 끼쳤다. 드라마만 놓고 봐도 그동안 다루기 힘들었던 특수 직종을 악역에 편입시키는데 공헌을 하며 ‘장진구 같은 놈’ 따위의 부가 설명이 필요한 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 "연기자도 사람이잖아요."극중 강석우가 원미경으로부터 소금을 맞는 장면이 있었다. 대본은 소금을 머리에 쏟아붓는 장면이었지만 변경을 요구해 겨우 뿌리는 내용으로 바꿨다. 드라마였지만 그는 꽤나 슬펐다.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맞는 장면의 촬영이 새벽 2시에 끝났지만 그 시간에 사우나에 들러 샤워를 하고 집에 들어갔다. 아내에게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석우는 당시 안판석PD에게 ‘장진구 톤’으로 따졌다. "핵심적 내용이 아닌 소금 스파게티 따위의 외부적 힘에 의해 드라마 재미를 돋우려는 경향을 경계하며 이를 강력 경고한다"고.
⊙ "앞으로 10년 살아갈 밑천을 얻었다"마지막 몇 회를 남겨놓고 나서는 정식 대본이 아닌 쪽지 대본으로 대사를 외웠다.
심지어 대본보다 연기자가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강석우는 하도 화가 나서 작가(정성주)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20년 전 그가 진행을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대본을 써주던 작가였다.
강석우는 "그래서 내 연기 패턴을 이렇게 잘 알고 있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연은 인연이었던 셈이다. 그는 <아줌마>를 통해 "앞으로 10년은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을 마련했다.
강석우는 1일 첫 방송된 일요 아침드라마 <어쩌면 좋아>에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직업없이 빈둥거리는 ‘동네 노는 형님’이다. "쉬고 싶었지만 연기자의 숙명은 연기 아닙니까. 그래서 출연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후배들을 위해 ‘노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태수 기자 ohyes@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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