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페 국제민속예술박물관 전시 작품.. 논란 못 견딘 관장 뉴욕에 자문 요청
최후의 만찬석상의 예수 자리를 차지한 벌거벗은 여자 사진이나 동정녀 마리아를 그리면서 그 가슴에 코끼리 배설물을 붙여 놓은 것에 비하면 훨씬 약과지만 ‘과달루페의 성모상’을 밝은 장밋빛 비키니를 입은 것처럼 컴퓨터로 합성한 사진 콜라주 작품이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국제민속예술박물관 전시회에 출품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들이 테러 위협을 받았고 주의원들로부터 주정부 지원금 일부를 몰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라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는 뉴멕시코의 4개 주립박물관 관장 토마스 윌슨이 성모상 그림에 이어 현재 여자 나신 예수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브루클린미술관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자문을 요청했을 정도다.
지난 2월부터 전시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작가 알마 로페스 제작의 이 콜라주 ‘아워 레이디’에 대한 항의는 박물관 밖에서도 거세 마이클 쉬한 로마 가톨릭교회 산타페 대교구장도 혹평을 했고 뉴멕시코주의회의 산타페 지역구에서도 심심한 우려의 뜻을 표현한 편지가 왔다.
이에 박물관은 오는 4일 이사회를 소집하여 이 작품의 철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윌슨 관장은 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짐작할 수 없다면서 "주의원들로부터도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지만 나는 작품 철거 압력을 받는 미국 최초의 미술관장이 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라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비키니 차림의 성모를 가슴을 훤히 드러낸 천사가 떠받치고 있는 이 콜라주를 출품한 로페스는 컴퓨터로 작품을 제작하는 히스패닉 작가들을 소개한 이 전시회에 모두 8편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출품작들은 모두 컴퓨터를 이용해 이미지를 합성해 프린트해낸 것들이다.
이 전시회의 큐레이터 티 마리애나 넌은 전시된 작품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과 신념을 재해석하려는 많은 히스패닉 작가들의 최신 작품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1531년에 멕시코 농부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한 것으로 믿는 과달루페의 성모상은 특히 즐겨 재해석되는 주제로 최근에는 마리아를 바비 인형, 가라데 키커, 몸에 문신을 한 레즈비언등으로 묘사한 작품들도 나왔다.
산타모니카에 사는 작가 로페스는 가톨릭 신자로, 마리아를 자기가 자랄 때 집에서 보아온 것처럼, 머리를 숙이고 손을 모은 전통적인 이미지의 성모상처럼 "어리고 수동적"이지 않은, 강한 여성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로페스는 "저는 예수의 어머니는 자기가 키운 아들의 투쟁과 고통을 견뎌낸, 믿을 수 없을만치 강인한 여성으로 밖에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또 천사의 드러난 가슴은 아름다움과 자양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측은 이번 주 "전시품중 일부가 일부 관람객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내걸어야 했는데 그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던 사람은 상당히 많았다. 전시회를 관람했거나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보내온 편지, 메모, 전화, e 메일 메시지중 60%는 로페스의 작품 전시를 찬성하는 입장이고 나머지는 반대였는데 반대하는 사람중에는 쉬한 대주교만큼 신랄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을 비롯한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불쾌하게 느끼게끔 묘사한 성모상을 대하기가 싫증난다면서 이 작품의 철거를 주장한 대주교는 "이것은 성모 성상에 대한 모독이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경멸이요 모욕입니다. 작가가 ‘나도 가톨릭 신자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더 모욕적입니다"고 말했다.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회 개막 이후 관람객들은 크게 늘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야단인지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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