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트로가 손수 제막한 동상, 3개월새 2번이나 안경 도둑맞아 화제
누가 존 레논의 안경을 계속 훔치는 것일까?
하바나의 동네 공원에 세워진 전 비틀즈 단원 존 레넌의 동상에 씌워진 동그란 청동제 안경이 석달사이에 두 번이나 없어졌다. 이 동상이 레넌 피살 20주기를 맞아 지난해 12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직접 제막한 동상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대담한 도둑이 한 짓임에 틀림없다.
한때 카스트로의 혁명동지들에 의해 최악질 자본주의 돼지로 낙인찍혔던 레넌의 동상이 카스트로의 축복 아래 24시간 경비를 받고 있음은 아무리 봐도 아이러니다. 하루에 8시간씩 간이의자에 앉아서 레넌동상을 지키는 노르마 리디아 반데라 블랑코는 "최소한 내가 지키는 시간에는 다시 훔치지 못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반데라는 자신의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에 거슬리는 도둑에게 화가 많이 나 있다. "동상은 많은 사람들이 보라고 세워놓은 것인데 자기 혼자 가진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죠"
쿠바의 이 위대한 안경소동은 온 국민들을 웃겼다. 꽁지머리에 배꼽을 내놓은 다나이 길(15)은 피델이 손수 제막한 동상을 훼손한 미친 사람이 과연 누굴까라고 질문하자 낄낄 웃으면서 "레논을 진짜로 많이 좋아하는 사람일꺼예요"라고 말했다.
긴 머리의 홀쭉한 레논이 다리를 꼬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양의 이 청동상은 매일 수백명이 보러 온다. 그의 발치에는 대리석에 스페인어로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라는 그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가 새겨져 있는데 카스트로도 이 동상을 제막하면서 "나도 레넌처럼 몽상가"라고 말했다고 이곳에서 음악 출판업을 하는 노엘 니콜라는 말한다.
니콜라에 따르면 비틀즈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에 쿠바는 1959년 카스트로 혁명 초반기라 서구의 모든 것을 위협으로 여겼었다. 그렇지만 40년이 흐르고 보니 쿠바도 카스트로도 누그러지고 성숙해져 레넌같은 위대한 재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자기도 수차 암살 표적이 됐던 카스트로는 1960년대에 너무 바빠 레넌의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었던 것을 후회하면서 레넌을 만나 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 동상 앞에 머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레넌과 노란 잠수함의 관계를 모른다. 반데라도 자기가 지키는 이 동상의 주인이 그저 유명한 미국가수라고만 알 뿐이다.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인 존 레넌 공원은 원래 별로 좋지 않은 동네의 길 이름을 따라 17가와 6가 공원이라 불리던 곳인데 아바나의 음악인들이 지난 20년동안 해마다 레논의 기일인 12월 8일에 모여 연주회를 열어온 곳이라 동상이 자리잡게 됐다. 그래도 올드 아바나의 유명한 해변가길 말레콘 블러버드나 관광명소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국내외인들에게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급격 부상했기 때문에 안경 도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레논의 안경은 제막식 이틀후인 12월 22일에 처음 없어졌다. 깜짝 놀란 시공원국은 당장 안경을 대체하면서 레논의 코부분을 용접해 놓고 하루에 12시간 보초를 세웠다. 그런데 밸런타인스데이인 2월 14일에 새로 끼워놓은 안경이 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끼운 안경은 코 뿐만 아니라 양쪽 귀부분에도 용접을 하고 경비시간도 24시간으로 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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