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에 최근에 눈이 내린 날은 1981년 9월 10일이고 20세기 들어 눈 온 날을 꼽으려면 한손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이 도시에는 크리켓, 축구, 럭비 같은 운동을 다 제쳐놓고 스노우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만 있다.
알프스나 로키산맥 같은 곳도 없고 아무리 기다려도 눈보라가 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이들이 스노보드를 메고 찾는 곳은 이 도시 곳곳에 언덕처럼 쌓여있는 금광에서 나온 찌꺼기 더미다.
1995년에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광산 찌꺼기 더미에 스노우보드를 들고 올라갔던 주민 마르코 카롬바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스노우보드를 타고 시속 40마일의 속도로 내려왔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새로운 스포츠가 탄생했고 그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퓨어 러시 인더스트리’도 생겼다.
남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서 세계 최대의 광산 찌꺼기 더미들을 순회하는 스노우보드 투어를 제공하는 회사는 이것 하나뿐일 텐데 어쨌든 지난 6년간 카롬바는 수백명에게 요하네스버그의 인조 산들을 즐기는 법을 가르쳐왔다. 이 운동은 캘리포니아부터 나미비아까지 온세상의 해변가와 사막에서 인기인 샌드보딩의 아류로 보면 되나 열성팬들은 스노우보드를 타고 모래더미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과 맛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 금광 찌꺼기들은 먼지처럼 고운 흙이라 베이비파우더와 같은 감촉을 준다. 몇마일 땅속에서 캐낸 돌에서 금을 찾아내느라 부수고 남은 것들로 요하네스버그라는 금광도시가 생긴지 100년이 넘었으므로 500피트도 넘는 언덕을 형성하게 됐다.
남아프리카에서 금광업이 시작된 1887년 이래 캐어낸 원광은 60억톤이 넘고 연간 원광생산량은 1억톤 가량 된다. 요하네스버그 주민들에게 이 금광 찌꺼기 더미는 고향의 역사를 말해주며 도시의 구획을 지어주는 표식 역할을 해왔는데 이 지역의 한 신문 칼럼니스트는 요하네스버그 주민들에게 금광찌꺼기는 기자 사람들에게 피라밋, 파리 사람들에게 에펠탑, 뉴욕 사람들에게 자유의 여신상이나 마찬가지로 의미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인종차별시대에 이것은 백인지역과 흑인지역을 가르는 장벽의 역할을 했고 반드시 그 뒤에 자리잡았던 흑인 동네 주민들은 미풍에도 집안으로 날아드는 고운 먼지 때문에 고통받았다. 더구나 광산에서 사용된 청산가리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이 먼지는 피부 및 눈, 호흡기, 폐질환을 유발했다.
시간이 가면서 먼지를 줄이느라 그 위에 밭을 가꾸기도 하고 대형 야외조각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생기더니 이제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노우보드를 타러 오고 있는 것인데 카롬바는 건강위협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6년동안 그 위에서 논 자기도 멀쩡하다는 것이다.
이 광산찌꺼기에서 스노우보드를 즐기려면 약간의 수고를 감수해야한다. 리프트가 없어서 초보자 코스도 20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한번 타고 내려올 수 있다. 또 꼭대기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어서 옷으로 눈으로 고운 먼지가 마구 들어간다.
그러나 이 놀이도 오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금광회사들이 이 찌꺼기들을 다시 한번 재생해서 먼지 속에 숨어있는 금을 찾아내고는 집터를 닦아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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