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서비스 자긍심, 에너지 위기속에 추락
라인맨이라고 불리우는 어니 로페즈는 전력회사인 남가주 에디슨사에 소속된 베테런 전선공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곤 했다.
때로는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100피트나 되는 전봇대 위로 기어 올라가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기선을 움켜잡아야 한다. 무시무시한 고압전류로부터 그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것이라고는 고무장갑 한 켤레 뿐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까지 로페즈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추운 겨울밤 난방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일이었다.
지난 1월에도 그런 일이 발생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에디슨사가 예산을 대폭 감축하면서, 대부분의 오버타임 업무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공공안전문제와 직결되지 않는 이상, 야간 전력단절 문제는 다음날 정규업무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조치로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에디슨사 소속 990명의 전선공들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 그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에디슨은 일 주일만에 오버타임 제한규정을 일부 완화시켰다.
그러나, 오버타임 제한규정 때문에 응급서비스를 두 번이나 나가지 못했던 로페즈가 받은 심리적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추운 겨울밤 소비자들을 추위에 떨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것이 전선공 노조강령 전문 내용이다"
로페즈는 말한다.
에너지 가격이 사상 유례없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전선공들에게 불평을 쏟아놓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반면, 서비스의 질은 예전보다 못하다고 야단이다.
소비자들은 또, 에너지 산업종사자들의 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난한다.
예를 들어, 베테런 전선공들의 기본연봉은 6만 5,000달러 수준이다.
이에 대해, 샌타애나 전력보급소의 수퍼바이저 러스 닐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 정도의 연봉이면 대학졸업장이 없는 사람에게 높은 액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선공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 이를 둘러싼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도 심해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전선공들 중에는 전 부인과 자식들에게 위자료와 생활비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전력난 문제는 TV의 단골뉴스다.
이와함께 업무현장에 나간 전선공들이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변론하는데 보내는 시간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정부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 위기의 와중에서 탐욕을 부리는 에너지 공급자들을 비난한다.
지난 2월, 전선공 노조원들은 헌팅턴비치에 있는 한 발전소 주변을 행진하면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발전소는 텍사스 소재 에너지 회사인 AES 소유다. 전선공 노조의 주장은 발전소들이 에디슨사의 목줄을 죄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일반인 운전자들의 눈에는 에디슨사 모자와 자켓을 입은 사람들이 발전소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것이 생소하게만 보였다. 희생자와 악당의 개념이 혼동스럽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선공 노조가 자신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여 프랭카드에 적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복잡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전선공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전선공들의 사기저하는 곧바로 작업의 안전성 문제와 연결된다. 전선공 업무는 한 순간 실수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전선공들이 자신들의 급료를 ‘피묻은 돈’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전선공들 사이에서는 높은 사기를 업무의 첫 번째 요소로 생각한다.
지난 수십년간 에디슨사의 전선공들은 높은 안전기록과 최고의 장비, 종신제 직업보장제를 자랑해 왔다. 그러다가 1996년 에너지산업 규제해제 법안이 제정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실, 전선공 노조에서는 이 규제해제법안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들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규제해제와 함께 에디슨의 전선공 분야 고용이 감량되면서, 계약연장이 취소되거나 임시직 근로자 고용사례가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전선공 업무에서 기존 베테런 전선공들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경험이 부족한 임시직 전선공들의 안전문제도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여름 에너지난이 가중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선공 업무에 대한 우려는 캔사스시티에서 열리는 국제 전선공 로데오에서도 핵심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9월, 캔사스시티에서는 전세계 유틸리티 현장업무 종사자들의 한바탕 경연이 펼쳐진다. 전봇대 빨리 오르기, 변전기 빨리 교체하기, 부상자의 신속한 후송 등이 주 경연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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