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리면서 눈물을 유도해 내는 연기가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면서 가슴 찡한 슬픔을 불러 일으키는 이영애의 모습은 아름답다.
화장기 없이 담백한 얼굴로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의 진폭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건 그 동안 그녀가 정말 성숙해졌다는 증거일게다. 눈의 표정만으로도 그녀는 내면의 풍경들을 촉촉하게 담아낸다.
빛을 보지 못하는 무명의 개그맨인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그를 위해 오히려 가시처럼, 얼음처럼 구는 건 이 멜로를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질퍽하니 자기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고통을 참아 내는 그녀의 독한(?) 모습은 분명 신파조 여주인공과는 다른 의지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연하디 연한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저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추위를 이기고 나온 이른 봄의 꽃처럼 강단이 있어 보인다.
맨 얼굴의 투명한 피부가 얇은 살얼음처럼 느껴질 만큼 그녀는 이 영화에서 매운 맛을 풍긴다. 암으로 죽어가는 젊은 아내가 불러 일으키는 동정심 같은 값싼 감상을 거부하며 모질 만큼 자신을 절제하고 남편을 밀어 부치는 모습은 일본식의 체념적 절제와는 다른 맹렬함을 담고 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내추럴한 분위기를 통해 표현한다. 몇 개의 주근깨까지 그대로 비쳐 보이는 맨 얼굴의 자연스러움과 수수하고 깨끗한 차림새는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더 순도 높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때문에 말갛게 선량한 눈매에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담은 라스트 신에서의 열연은 <라스트 콘서트>의 여주인공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가는 쌍꺼풀과 얇은 입술이 동양란의 고아하고도 정갈한 자태를 닮은 이영애의 섬세한 연기는 슬픔에 정말 잘 어울린다. 가는 떨림이 있는 그녀의 몸짓과 표정으로 인해 영화는 통속적인 멜로가 가지지 못한 희미한 향기를 풍긴다. 결코 진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향기를 말이다.
남궁설민(파티마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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