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프레이저 이미지는 왜곡됐다", 신간 화제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들의 이미지는 어디까지 실상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일까.
최근 발간된 마크 크램의 책, ‘마닐라의 유령들’(원제: 고스트 오브 마닐라)은 스타들에 대한 매스컴의 이미지 조작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기자인 마크 크램은 이 책에서 프로복싱계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라이벌 관계 및 이로부터 파생된 두 사람에 대한 이미지 조작문제를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리는 이슬람 신앙을 위해 징집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3년 반 동안 감옥생활을 하며 복싱 인생의 황금기를 포기한 ‘이타주의적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프레이저는 사사건건 알리의 명예와 성공을 시기하고, 세기가 바뀌도록 알리에게 두 차례의 승부를 도둑 맞았다며 이를 갈고 있는 졸장부로 채색되어 있다.
그러나, 마크 크램은 두 선수의 이같은 이미지가 매스컴에 의해 철저히 왜곡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조목조목 그 증거를 제시한다.
크램은 먼저, 프레이저가 알리에 대해 아직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1996년, 알리는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 깜짝 출연하여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성화를 점화함으로써 전 세계에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이 때도 프레이저는 "저 녀석, 성화 불구덩이에 빠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험담했다고 크램은 전한다.
또한, 프레이저의 자서전에서 인용된 한 구절에는 프레이저가, "만일 내가 알리와 한 엄마 뱃속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면, 그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목을 졸라버렸을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도 들어 있다.
이같은 일련의 언행으로 인해 프레이저는 지금껏 졸장부 중의 졸장부로 인식되어 왔다.
그렇다면, 왜 프레이저는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토록 알리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크램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크램은 프레이저가 역대 최고 헤비급 챔피언들을 거명하면서, 자신은 알리를 최고 선수 다섯 명 안에도 끼워 넣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 이유로서 프레이저는, "나는 알리와 세 번 싸워 세 번 다 이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프레이저는 세 번의 매치 가운데 알리가 자신에게 두 번을 이겼다는 사실을 결코 수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알리는 자신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을 명예와 부, 그리고 복싱의 전설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 미디어는 프레이저가 알리의 성공을 시기하는 비열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크램의 주장은 일반에게 알려진 알리에 대한 프레이저의 악감정은 사실이지만, 그 동기 자체는 크게 왜곡되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크램은 무엇보다 프레이저가 자신의 대한 알리의 배신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램에 따르면, 프레이저는 알리가 베트남전 당시 징집거부로 인한 3년반의 공백기 끝에 사각의 링에 컴백했을 때, 알리의 커리어를 소생시켜 주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프레이저는 알리의 복권을 위해 노력했으며, 알리의 재기전에서 상금을 반분하는데도 흔쾌히 동의했다.
반면, 알리는 재기전을 앞두고 프레이저를 ‘겁쟁이’ 또는 ‘백인들의 앞잡이’라며 무차별 공격했다. 또,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세 번째 경기를 앞두고는 프레이저에 대해 외모를 트집잡아 ‘고릴라’라고 부르며 비열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크램은 미디어를 겨냥한 알리의 이같은 심한 독설이 프레이저와 그의 자녀들에게 엄청난 수치심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램이 보는 알리는 자기보호 및 입신양명에 눈이 먼 전형적인 자아도취적 수퍼 스타에 불과하다.
크램은 알리의 행태에서 민권운동 및 신앙적 양심의 기수 같은 거창한 대의명분을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알리의 이슬람 신앙이라는 것도 내면의 깊은 신앙이라기보다는 주변 이슬람 세력에게 조종된 꼭두각시 신앙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크램은 알리의 베트남전 징집 거부도 용감한 행동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강조하고 있다.
알리는 주변 이슬람 지도자들로부터 군대에 가면 백인들에게 맞아 죽을 거라는 공갈에 겁을 먹고 징집을 거부했다는 것이 크램의 주장이다. 또, 알리의 징집거부의 변으로 유명해진 "나는 베트콩들과 아무 원한이 없다"는 말도 당시, 이슬람 지도자였던 샘 색슨이 알리에게 코치해 주었다고 한다.
크램은 알리와 프레이저의 현역 시절 두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했던 기자 출신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들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20세기 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알리의 위상이 흔들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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